신 수석은 휴가중에도 지인들에게 “힘이 든다”, “내 결정이 바뀔 일은 없다”는 취지의 짧은 말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신 수석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중앙일보에 "지난 18일 청와대에 출근한 이유는 신변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던 걸로 안다"며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설득했지만 그는 사의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유 실장이 '일단 휴가로 처리할테니 깊이 고민해달라'는 취지로 재고를 요청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신 수석은 휴가에서 돌아오는 22일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인데, 그 사이 청와대와 박 장관측이 물밑 설득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직접적인 계기는 알려진대로 박 장관이 자신을 배제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발표했다는 검찰 인사다. 그런데 신 수석과 가까운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인사 협의 과정에서 박 장관이 했던 발언들 때문에 신 수석이 큰 상처를 입었고, 사의를 굳히는데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박 장관이 ‘우리 편’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 밝히지는 않았지만,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을 중심으로 한 강경 친문(親文) 세력과 친(親)조국, 추미애 그룹 등을 포함한 개념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앙일보는 박 장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19일 밤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박 장관은 신 수석과 조율하지 않은 인사안에 대한 재가를 문 대통령에게서 받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7일 “(대통령의 인지 여부는)말하지 않겠다. (인사가)조율되는 과정은 민정수석까지고, 대통령은 거론하지 말아주기를 부탁드린다”,"청와대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선 “민정수석 경험자로 검찰 인사 절차를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이기 때문에 인사안을 재가하기 전에 수석실과의 조율 여부를 물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18일 기자들과 만난 박 장관이 "법률상 (검찰)인사권자는 대통령","(조만간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 인사)일정은 대통령의 뜻도 여쭤봐야 한다. 규모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 걸 두고도 일부 언론은 "신 수석을 패싱한 건 문 대통령의 뜻이었다는 걸 우회적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만약 조율되지 않은 안임을 알고도 문 대통령이 재가했다면 결과적으로 박 장관이 언급했다는 '우리 편'에 문 대통령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파문이 더 커질 수 있다.
박 장관은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뒤인 설 연휴 직전에야 직접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 수석은 그 뒤에도 “다시는 박 장관과 보거나 만날 일은 없다”며 불쾌한 심경을 주변에 토로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