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이모(19)군의 조 바이든(78) 미국 대통령에게 쓴 편지 일부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이군은 지난해 12월 8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신을 도와달라는 절절한 호소를 5장 분량의 편지로 적었다고 한다. 2장은 한국어, 3장은 이를 영어로 번역한 내용이다. 이군의 큰아버지인 이래진씨가 그 편지를 18일 공개했다.
“저 스스로 대한민국 국군이 아버지를 왜 구하지 못했고 북한군이 아버지를 왜 죽였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아직 학생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제 작은 외침을 들어 주십시오.”
피격 공무원 아들, 美 대통령에게 편지
이군은 아버지가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것과 관련해 “분명 가해자는 있는데 누구 한명 사과하는 사람이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며 “(한국에서는) 이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분위기라 너무 억울하다. 아버지는 대한민국을 위해 밤낮으로 바다 위에서 일했던 공무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억울한 심정을 영어로는 ‘unfairness’로 적었다.
북한군이 총탄 10여발로 아버지를 사살한 데 대해선 ‘인권 유린’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아버지를 죽였다고 했지만, 사람 생명을 바이러스로 취급해 사살하고 기름을 발라 시신을 훼손한 북한의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다.
이군은 “바이든 대통령은 젊은 시절 국선 변호사로서 힘없는 사람들 편에 서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알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때 아픔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며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저와 제 동생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 시절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것 등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8세 여동생은 아직도 아빠 죽음 몰라”
숨진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미 정권 교체 시기와 코로나19를 고려해 약 두 달 전 쓴 편지를 이달 4일에서야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보낼 수 있었다”며 “미 백악관이 수신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답장을 조만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전히 유가족의 억울함은 풀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군은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버지 죽음에 대한 명예회복을 호소하는 자필편지를 보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군에게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하는 답장을 보냈다.
채혜선·정진호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