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사인은 고의성 있는 익사일 것”
경찰은 지난 17일 이모 B씨 등 이들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애초 B씨 부부를 아동학대치사혐의로 구속했지만, A양이 자신들의 행위로 죽을 수 있다고 인식(미필적 고의)하고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본 것이다. A양을 부검했던 부검의가 낸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소견도 영향을 미쳤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직접적인 원인이 있은 다음 후속적으로 어떤 쇼크가 오는 것을 속발성 쇼크라고 한다”며 “혈액의 유효한 성분이 혈관 내 있지 않고 조직으로 빠져나가면서 쇼크가 일어났다는 뜻인데, 속발성 쇼크로 죽었다고 하면 미필적 고의를 연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살인죄가 처음으로 적용된 2013년 이른바 ‘울산 계모 사건’ 감정에 참여한 법의학자다. 최근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서도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도록 재감정 소견서를 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도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속발성 쇼크가 있을 수 있겠으나 직접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며 “포말이 나온 이상 사인은 익사로 보는 게 맞다. B씨 부부에게 확실하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A양 시신에서 포말성 기포가 나왔다는 소견은 전달받았으나 정확한 판단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종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물고문하며 숫자 센 부부
이들은 이 같은 가혹 행위를 하면서 ‘하나,둘,셋…’이라며 숫자를 헤아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대 도중 의식을 잃은 A양은 B씨 부부의 119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숫자를 세어 가면서 넣고 빼고 했다는 건 영화에서나 보던 물고문이다. 겁을 주는 수준을 넘어 ‘얼마나 참나 보자’ 하는 식으로 학대를 한 것이다. 온몸에 멍 투성이인 아이의 손발을 결박해 욕조 물에 넣었다”고 말했다.
사건을 받은 검찰의 수사는 앞으로 살인의 고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살인의 고의성이 입증돼야 살인죄로 기소할 수 있어서다. 아동학대치사죄와 비교했을 때 살인죄가 적용된다면 처벌 수위는 더 높아진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죄의 기본 형량은 징역 4~7년이다. 살인죄의 기본 형량은 징역 10~16년으로, 두 배 이상 무겁다.
검찰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는 부검 소견과 법의학 소견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살인의 고의가 최소한 미필적 고의에 있음을 입증하는 게 이번 사건에서 가장 쟁점이다.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등을 철저히 규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