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해이해진 방역 의식”
정세균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때 꺼낸 말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방역상황보다 더 우려스럽다”면서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21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10일 이후 39일 만에 600명을 넘겼다.
최근 집단 감염 없는데 사례로
정부는 지난 15일 거리두기 단계를 한 단계 낮췄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15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방역 상황이 우리 방역 시스템과 의료 시스템의 통제 범위 안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 이후 환자가 늘어나니 원인을 슬그머니 국민 쪽으로 떠미는 모양새다. 집단감염이 아직 보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들면서 말이다. 기시감이 든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와중 때때로 종교나 특정 집회 주도 단체 등에 방역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감염경로 조사중 비율 24.5%
하루 간의 확진자 증가·감소 의미는 당장 판단이 어렵다. 전체적인 흐름이 중요하다. 지난 8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대본 회의 때 “오늘 200명대로 줄어 다행”이라고 발언했지만 나흘 뒤 504명이 나왔다. 17일 600명대 발생도 마찬가지다. 일시적 증가인지 재확산인지 판단하려면, 흐름을 봐야 한다.
일단 확진자가 증가한 것은 검사 건수와 밀접하다. 4일간의 설 연휴 기간 때 하루 평균 4만3212건의 검사가 이뤄졌다. 어젠 8만4964건이었다. 정책 결정의 최고위층의 발언은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K방역 성공은 국민 참여로 가능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누적 확진자, 사망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국민이 자유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받으면서도 방역 수칙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준수해줬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의지와 역량이 제 1의 요인이 결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