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가 아니다. 이 남성은 귀순 과정에서 해안 철책 아래의 폐쇄형 배수로도 무사히 통과했다. 전방 지역 배수로엔 적의 침투나 탈출을 막기 위해 내부에 쇠막대기가 촘촘하게 설치돼 있다. 그런데 이 차단 장치가 훼손돼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강화도에서 우리 민간인이 배수로를 통해 월북했다. 그때도 배수로 차단 장치가 훼손돼 있었다. 당시 합참은 전군의 배수로 차단 장치를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귀순으로 빈 약속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북 귀순자, 감시장비에 포착됐는데 놓쳐
국방비 늘려도 기강 해이하면 소용없어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군의 경계가 뚫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동해안 전방 지역을 맡고 있는 부대에선 경계 실패가 더 잦았다. 지난해 11월 북한 남성이 최전방 철책을 넘어온 것을 놓쳤다. 2012년에도 북한군 병사가 철책을 넘어와 우리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했다. 이른바 ‘노크 귀순’이다. 그런 민감한 지역인데도 해당 군부대는 긴장하지 않고 느슨한 경계태세로 있었다. 국민의 지탄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사건은 전방 한 곳이 뚫린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흐트러진 우리 군의 단면을 보여줬다. 그동안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매달려 ‘평화’만 외친 결과다. 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능력과 신상필벌에 따른 군 인사를 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올해 국방비 52조8000억원을 투입해 군비를 증강한들 기강이 해이하면 군의 전투력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핵무장 한 북한이 무력 통일을 선언한 마당이다. 이제라도 군 당국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