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문제X, 확산세 잡자는 WHO
실제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교의 시스템사이언스·엔지니어링센터(CSSE)에 따르면 15일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1억 880만명, 사망자는 239만 9393명이다. 지난 14일에는 전 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가 27만 5900명으로 집계되며 4개월 만에 20만명대로 떨어졌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기존보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1일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브리핑에서 “확산하는 새로운 변이들에 맞서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한 빠르고 신속하게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WHO의 면역 자문단인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의 알레한드로 크라비오토 의장은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백신 효과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고령층의 (접종에 대한) 반응이 그보다 낮은 연령대 그룹과 다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WHO뿐 아니라 앞서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18세 이상의 모든 연령이 아스트라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현재 영국 등 50개 국가에서 조건부 허가 또는 긴급 사용승인을 했다.
질병청 '돌다리도 두들겨 보자'…임상 결과 대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임상시험에 참여한 성인 8895명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7.4%(660명)에 그친다. 안전성 문제는 없으나 통계적으로 유효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충분한 피실험자 수가 확보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은 접종 연령을 65세 미만으로 폴란드는 60살 미만, 벨기에는 55살 미만으로 권고했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들에게 효과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이상 일단 보류하는 게 맞다. 지금 선택지를 보면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신 대안 없어…아쉬운 결정”
이에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지금 안 맞으면 최소 두 달은 손을 놓고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보지 않고 일부 유럽 국가를 따라갔다”며 “이러다 4차 유행이 시작되면 억울하게 사망하는 분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권고사항에 고령층 접종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추가해 의사들에게 책임을 미뤘다. 여기서부터 꼬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두 주장 모두 맞는 말이다. 단지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의 문제”라며 “백신의 경우 불확실성이 커 정부가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