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관계자는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 파견돼 있는 사정기관 출신을 비롯한 다수 청와대 인사 사이에서 이 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으며 곧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며 “검찰 수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비서관의 거취는 전적으로 문 대통령이 결정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사표가 수리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선거 개입의혹 받는 ‘친조국파’
청와대 “인사는 확인해줄 수 없다”
청와대는 이 비서관의 거취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기자단에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청와대 인사와 관련한 사항은 확인해드릴 수 없다.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인사에 대한 사안은 확인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이 비서관을 소환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첩보가 청와대에서 경찰로 이첩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앞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 비서관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공범으로 적혀있다. 검찰은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경찰에 하명 수사를 지시하는 과정에 이 비서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지난해 1월 송철호 시장 등 13명을 일괄 기소한 뒤 1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이른바 ‘추ㆍ윤 사태’로 불리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과의 갈등 국면이 마무리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 비서관은 윤석열 총장 징계 국면에서 ‘법원이 정직 2개월 징계를 수용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한 당사자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행정법원이 문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안을 무효화하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 비서관은 민변 사무차장과 참여연대 실행위원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이끌던 민정비서관실의 선임행정관을 지냈던 대표적 ‘조국 인사’다. 그는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조 전 수석과 그 가족분들이 겪은 멸문지화(滅門之禍) 수준의 고통을 특별히 기록해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기도 했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과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김영식 법무비서관도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 임명된 김 비서관은 법원 재직시절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과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간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김 비서관의 사표 제출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청구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청와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