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최애’(최고로 좋아하는 선수)였던 배구선수 이다영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직장인 이모(35)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나도 학창시절 한 친구에게 집요하게 학폭을 당했던 상처가 있다”며 “이다영 선수의 과거를 알고 그때의 끔찍한 감정이 다시 도졌다”고 했다.
이재영·다영 사과에도 추가 폭로
“견디다 못해 옆산 통해 도망갔다”
송명근·심경섭도 “폭력 잘못 시인”
“젊은 세대 도덕 기준 더 명확해져”
이에 “이 자매를 퇴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퇴출에 동의한다는 진모(22·여)씨는 “학폭 가해자가 인생을 날리는 걸 보여줘야 일벌백계가 된다”며 “적어도 TV에서만큼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원일 셰프는 아내 김유진 PD의 학교폭력 폭로가 나오자 “죄책감을 가지며, 방송 활동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TV조선 ‘미스트롯 2’에 출연한 가수 진달래가 학교폭력 폭로로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했다.
최근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전력이 공개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그들에게 원하는 도덕적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과거에는 묻혔던 약자의 목소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토양도 마련됐다.
체육 철학자인 김정효 서울대 외래교수는 “지금 젊은 세대의 도덕성에 대한 잣대가 더 명확해졌다”며 “조국, 윤미향 사태 등 정치권에서도 도덕성 시비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학창시절 날 때린 애가 스타가 된 걸 보면, 제대로 된 사회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학폭 가해자가 버젓이 TV에 나온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 문제를 가볍게 여기거나 면죄부를 준다는 신호로 보일 수도 있다”며 “가해자가 스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를 피하는 것이 도리”라고 강조했다.
편광현·김효경·박린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