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우정에 위기가 찾아왔다. 생활고를 겪던 A는 자신들이 즐기던 방식으로 진통제 패치를 판매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패치 1장당 30만원에 팔아 생활비에 보탤 생각이었다. 그의 머릿속엔 진통제를 잘 처방해주는 병원들이 있었다.
그러나 B가 진통제 처방이 수월한 병원을 소개해달라고 계속 조르면서 문제가 생겼다. A의 단골병원 의사들이 펜타닐을 자주 요구하는 B를 수상하게 여긴 것이다. 용도 외 사용을 의심했고 이 진통제를 더는 처방하지 않았다. 마약 투약은 물론 생계에 위협을 느끼게 된 A는 B에게 앙심을 품게 됐다. 비슷한 상황이던 C도 같은 마음이었다.
마약 집착으로 파국 맞은 ‘마약 우정’
화가 난 A의 발길질을 시작으로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이 전개됐다. B는 청테이프로 묶인 채로 A와 C에게 7시간에 걸쳐 온몸을 구타당했다. A 등은 이날 다른 친구들이 연습실을 찾자 “이거 다 연기”라며 안심시켜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B는 숨졌다. 사인은 머리부위 둔력 손상이었다.
A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을 때렸는데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 이 시간에 캐리어를 살 곳이 있나, 한국 뜰 거다, 밀항할지 월북할지 모르겠다”며 횡설수설 같은 말을 했다. 그들이 택한 건 시신유기였다. 다음날 오전 훔친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넣은 뒤 인천 중구 잠진도의 컨테이너 뒤 공터에 유기했다.
도피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신을 발견한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이들은 자수했고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재범 가능성 있다고 본 檢
검찰은 둘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구형하고 형 집행종료 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청구했다. 살인을 다시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A 등은 폭행한 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고 피해자를 가장해 유족에게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法,중형 선고…위치추적은 기각
다만, 위치추적장치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들이 다시 살인할 것이라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표 재판장은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 결과, A가 높은 수준이 아닌 점 ▶범행 경위를 고려해볼 때 계획 살인으로 보이지 않는 점 ▶상당 기간 징역형 선고로 재범을 막고 교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선고 후 B의 아버지는 “사람을 죽였는데 형량이 그렇냐. 내 아들은 60년 이상 더 살 수 있었다. 가족들의 고통은 모르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재판부는 “유족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법과 양심에 따라 적절한 형을 선고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