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S-1 신고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김 의장이 보유하는 클래스B 주식에 대해 1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클래스A와 다른 ‘클래스B’ 주식 부여
투자자, 창업자 리더십 인정한다는 의미
매각·증여 땐 1주로…‘먹튀’ 막는 뜻도
미국 등에선 차등의결권 보편적
김 의장이 이 주식을 매각 또는 증여·상속하면 무효화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경영권을 행사할 때만 슈퍼주식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양도·증여 때는 다시 1주(클래스A)로 환원된다. 다만 현재 김 의장 등의 쿠팡 지분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차등의결권은 복수의결권, 슈퍼의결권 등으로 불린다. 창업주나 최고경영자(CEO) 등이 보유한 주식에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견제하거나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뒷받침하는 장치다. 구글·에어비앤비·스냅 등 테크기업의 창업주는 1주당 10~20배의 차등의결권을 받았다.
이장희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혁신의 대명사로 불렸다”며 “투자자들이 이런 혁신을 주도한 김범석 의장의 자질과 리더십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또 투자자들은 단순 재무 투자자로 남겠다는 의미도 된다”고 덧붙였다. 매각·증여 등의 경우 1주로 전환하는 조항에 대해선 “창업자로서 상징적 의미가 있는 만큼 이른바 ‘먹튀’ 하지 말라는 뜻도 담겼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2010년 쿠팡을 창업해 주문한 상품을 이튿날 전달하는 ‘로켓배송’을 국내 처음 도입했다. 지난해 매출 13조2500억원, 영업적자 5800억원을 기록했다.
창업 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지만 물류·배송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 확대는 멈추지 않았다. S-1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30여 개 도시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직고용한 배송 인력만 1만3000명이 넘는다.
2025년까지 5만 명 채용…국내 최대 규모
배송직원(쿠팡친구)을 포함한 현장직원에게 쿠팡 주식을 나눠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의장은 S-1을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재원으로 프런트라인에 있는 직원을 주식 보유자로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쿠팡의 NYSE 상장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2014년 알리바바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기업공개가 될 전망”이라며 “쿠팡은 500억 달러(약 55조4000억원)를 넘는 가치가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이 평가한 300억 달러(약 33조2000억원)를 뛰어넘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