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전에 탈당은 없습니다”(9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앞은 언론 인터뷰 중 질문에 대한 대답이고, 뒤는 이튿날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일부 친문(親文ㆍ친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는 이 지사지만, 공개적인 탈당 압박도 없는 상황에서 왜 굳이 탈당설을 적극적으로 거론한 걸까.
표면적으론 “이참에 탈당 논란을 아예 털고 가자”(경기도청 관계자)는 이유가 있지만, 오히려 “탈당설을 적극 거론한 건 그만큼 당 주도권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종훈 정치평론가)이란 분석도 있다. 언제나 ‘아웃사이더’로 취급받던 이 지사였지만 이번엔 자신을 향한 탈당 요구를 “극히 소수의 소망사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18년 탈당설엔 납작 엎드렸던 이재명
특히 2018년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선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논란이 크게 번졌다. 문재인 대통령 비방 글을 올린 ‘@08__hkkim’이라는 트위터 계정 주인이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 아니냐는 의혹이다. 경기지사 경선 경쟁자이자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이 이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했고, 관련해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까지 했다.
그해 7월엔 당권에 도전 중이던 친문계 김진표 의원에게서 공개 탈당 압박을 받았다. 당시 김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의 ‘조폭 유착 의혹’을 거론하며 “(탈당 여부에 대해) 어떤 일이 옳은 건지 본인이 결단하라”고 말했다. 당내 압박이 이어지면서,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선 야당 의원이 이 지사에게 “최근 당내 문재인 정권 실세로부터 자진 탈당 압력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이 지사는 “그런 말을 하는 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야당 의원이 “이 지사가 엄청난 압박을 받아서 안 됐다는 느낌도 있다”고 하자 이 지사는 “인생무상”이라고 답했다.
이즈음 이 지사는 “작년 대선 경선 때 제가 싸가지 없고 선을 넘은 측면이 분명히 있다”(10월 라디오 인터뷰), “문재인 정부에 누가 되는 일을 하지 않겠다”(11월 트위터)는 고해성사를 했다.
◇‘비주류’ 강조…“노무현 케이스와 비슷”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를 “교묘한 이중 포석”이라고 말했다. “탈당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비주류임을 강조하고, ‘나는 비주류이기 때문에 오히려 당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박상헌 정치평론가는 이런 전략이 “비주류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 정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환호받았던 케이스와 비슷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비주류를 강조하는 건,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족쇄로 여겨진 출신 성분이 이제 그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도 앞서 지난해 1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비주류라고 하는 것은 기회보다는 위기가 많은 삶을 말한다”면서도 “오히려 그런 것들이 지금은 더 큰 자산이 된 것 같고, 저한테는 플러스 요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계속 때리는 친문 임종석
김준영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