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쏘아 올린 ‘비트코인 결제’ 소식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값은 9일 오후 4시30분 기준으로 전날보다 22.19% 오른 4만7811달러(약 5340만원)로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8904억 달러)이 테슬라(8207억 달러)마저 제쳤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하루 22% 폭등 최고치
주요 자동차선 결제수단 첫 인정
“수문 열었다, 빅테크 기업 따를 것”
머스크 “15억 달러 투자” 공개도
비트코인 시총, 테슬라까지 제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 속에 벤츠·BMW 등 딜러 네트워크에 의존하던 기존 완성차 업계도 온라인 판매에 힘쓰고 있다. 테슬라로선 결제 방식을 진화시켜 온라인 판매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필요가 있었다. 미 CNBC 방송은 “테슬라는 주요 자동차 업체 중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인 첫 회사”라고 보도했다.
다만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한 첫 번째 기업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비트코인 초창기에는 성인물 업계와 마약 판매상 등이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 AT&T, 홈디포 등을 포함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채택한 기업이 늘어났다.
그동안 제조업체 중에선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한 곳은 드물었다. 자동차 같은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데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위험이 커서다. 영국의 디지털 자산 전문 운용회사인 코인셰어스의 멜텀 드미러스 최고전략책임자는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가 수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대형 기술기업)이 테슬라의 뒤를 따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도 암호화폐 뛰어들 것” “테슬라 끔찍한 전략” 기대반 우려반
미국 디지털 자산 전문회사 갤럭시디지털의 창업자 마이크 노보그래츠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선구자”라며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이나 달러 약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비트코인에 옮겨 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애플이 테슬라에 이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투자은행인 RBC캐피털마켓은 보고서에서 “애플이 암호화폐를 사들이는 또 다른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BC는 “애플이 ‘애플 월렛’을 활용해 암호화폐 거래 사업에 진출하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며 업계 판도를 뒤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시도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크리스토퍼 슈워츠 캘리포니아대(어바인 캠퍼스) 경영대 교수는 미국의 금융 전문매체인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회사 자금을 투자한 것은 끔찍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공급업체도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받지 않는다. 테슬라가 위험을 자초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미 CNN 방송은 “비트코인의 가치는 일반적인 통화와 비교할 때 변동성이 크다”며 “비트코인을 보유한 업체에는 위험 요인”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테슬라 주주들이 환영하겠지만, 나중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해 테슬라 수익이 줄어든다면 주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변수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19일 상원에서 진행한 인준 청문회에서 “많은 암호화폐가 주로 불법 금융에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돈세탁이 이뤄지지 않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후파이낸스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한 것이 달러를 대체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규제 당국이 주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