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장은 국내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자, 1세대 정보기술(IT) 창업자다. 한게임ㆍNHN을 거쳐 창업한 카카오로 그는 모바일 플랫폼 시대를 열었다. 그런 그가 재산 50% 이상 기부를 약속하고, 이를 통해 사회 문제를 풀겠다고 공언함으로써 한국에 새로운 기부 모델을 확산시킬 지 주목된다. 해외에서도 IT 기업 리더들이 자산 기부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주도한다. 재산 90% 기부를 선언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나 주식 99% 환원을 약속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CEO 퇴진후 자선사업과 새로운 문제해결에 집중하겠다고 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이다.
이번 기부 발표에도 해법에 대한 그의 고심이 묻어난다. 김 의장은 이날 “지난해 3월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되자고 제안 드린 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3월 직원들에게 공개한 영상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보더라도, 카카오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직 미흡하단 걸 느꼈다. 사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5500만명이 쓰는 모바일 플랫폼 만들기엔 성공했지만, 보건ㆍ교육ㆍ환경 등 더 큰 문제 앞에선 무력한 현실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교육 격차ㆍ일자리 문제ㆍ환경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심각해진 만큼 확실한 ‘소셜 임팩트’가 필요하단 생각에 기부 결심을 공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산기부 발표 시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타격을 거의 입지 않은 카카오는 지난해 기업가치가 급등한 기업으로 손에 꼽힌다. 8일 기준 시가총액 41조원에 육박, 1년새 포스코 같은 전통 대기업을 밀어내고 코스피 시총 10위 안에 안착했다. 카카오 주식 13.67%(5조5617억원)를 보유한 김 의장의 재산도 크게 불어났다. 김 의장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주식(11.15%, 4조5380억원)까지 합치면 그의 카카오 주식 가치는 10조1000억원에 달한다. 포브스 기준 김 의장은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ㆍ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에 이은 세번째 부호다. 마침 올해초 가족들에 대한 주식 증여도 마무리했다. 그는 약 1450억원 어치의 주식(33만주)을 직계 가족과 친인척에게 증여했다. 사회적으론 여당이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추진하는 등 잘나가는 기업들의 양극화 해소 노력을 요구한단 점에서도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
이제 관심은 김 의장이 기부 재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 할 것인가로 쏠린다. 카카오 관계자는 “교육ㆍ빈부 격차, 소외, 기후변화 등 사회경제 문제 전반에 김 의장의 문제의식이 깊다”며 “혼자서 해결할 문제를 결정하기보단 직원들과 의논하고 사회적 논의의 물꼬를 트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더 심해진 ‘격차’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2남 3녀 맏이로 태어나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을 만큼 유년시절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장학ㆍ교육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고 기회를 주는 방식에 주목했다.
김 의장은 “가르치는 쪽도 배우는 쪽도 단순히 지식에 집중하지만, 이젠 스스로 세상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2016년 스타트업 캠퍼스 총장 취임사 중), ”N개의 성장 사다리를 만들지 않으면 아이들은 방황한다. 우리가 하늘을 열어줘야 한다“(2018년 C프로그램)며 새로운 교육과 기회를 강조했다. 김 의장은 2014년 1세대 창업자 친구들인 이해진(네이버)ㆍ김택진(엔씨소프트)ㆍ김정주(넥슨)ㆍ이재웅(다음ㆍ쏘카)씨와 벤처기부 펀드 C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혁신사업을 지원해왔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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