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한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29)은 “(해리) 케인이 그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7일 열린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웨스트브로미치와 홈 경기에서 손흥민이 골을 터뜨렸다. 후반 13분 역습 상황에서 루카스 모우라가 패스를 연결했다. 70m가량 내달린 손흥민이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케인이 가슴으로 툭 떨궈준 패스가 출발점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케인이 절묘한 패스를 찔러주자, 침투한 손흥민이 왼발 슛으로 연결했다. 골키퍼가 쭉 뻗은 다리에 막혔지만, ‘손케 듀오’의 전형적인 공격 패턴이다. 이처럼 케인이 복귀하면서 손흥민 역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케인은 이날 선발 명단에 깜짝 포함됐다. 지난달 29일 리버풀전에서 양쪽 발목을 다친 지 열흘 만이다. 케인이 빠진 뒤 토트넘은 3경기에서 3패를 기록했다. 득점은 1골에 그쳤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에 집중 견제당해 고립됐다.
웨스트브로미치전 한달만 골 맛
케인 패스+손흥민 마무리=팀승리
수비 분산으로 득점 기회 열려
추가 공격조합 발굴 모리뉴 숙제
케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손흥민, 더 나아가 토트넘의 퍼포먼스가 달라진다. 왜 그럴까.
한준희 해설위원은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토마스 뮐러 듀오도 마찬가지다. 위력적인 듀오 중 한 명이 사라지면, 나머지 한 사람도 위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케인이 없을 때 손흥민은 상대 협력 수비에 막혔다. 케인이 뛰면 상대 수비가 분산된다. 케인이 상대 수비를 중원까지 끌고 내려간 뒤 절묘한 패스를 찔러준다. 케인은 토트넘 전성기 시절의 크리스티안 에릭센(현 인터 밀란)처럼 창의적인 빌드업까지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세 모리뉴 토트넘 감독도 “케인은 세계 최고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다. 이상 끝”이라는 말로 그의 가치를 표현했다. 모리뉴는 “토트넘이 케인에 많이 의존하는 건 숨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케인은 올 시즌 리그 공격 포인트 1위(24개, 13골·11도움)다. 영국 BBC는 "토트넘은 2014년부터 케인이 뛴 리그 경기 승률이 56%고, 케인이 빠지면 승률 41%로 떨어졌다”고 했다.
손흥민과 케인은 나란히 13골로 득점 공동 2위가 됐다. 토트넘의 리그 36골 가운데 두 사람이 72%에 넣었다. ‘최강 듀오’라고 할 만하지만, 반갑기만 한 건 아니다. 두 사람 뒤를 잇는 득점자가 3골의 탕귀 은돔벨레다.
한준희 위원은 “2인은 안 된다. 모리뉴가 이런 식의 축구를 자주했지만, 토트넘이 그중 가장 극단적이다. 첼시 때는 디디에 드록바·프랭크 램파드·아르연 로번, 인터밀란 때는 사뮈엘 에투·웨슬리 스네이더·디에고 밀리토 등 공격조합이 지금보다 많았다. 그나마 모우라가 3인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토트넘 출신 저메인 제나스(38)는 “손흥민은 케인과 함께해야 세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둘 중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토트넘은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게 감독의 전술적 반전이다. 모리뉴는 지금까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웨스트브로미치는 강등권 19위 팀이자, 올 시즌 최다실점 팀이다. 11일 축구협회(FA)컵 16강전 에버턴전과 14일 리그 맨체스터 시티전이 중요하다.
한편, 손흥민 재계약에 대해 모리뉴는 “계약 기간이 2~3년 남았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전 세계에 다시 태양이 드리울 때쯤에는 손흥민과 토트넘이 좋은 결말로 향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