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계엄 선포는 사흘째 계속된 쿠데타 반대 시위에 대한 군부의 첫 대응이다. 군부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국가 안정과 공공 안전을 해치는 무법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경고한 지 몇 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영 MRTV는 이날 방송 중인 TV 프로그램 하단에 자막으로 “미얀마 국민은 무법 행위자들을 거부하며 이런 자들은 미리 막거나 제거돼야 한다”는 성명을 내보내 강경 진압을 시사했다. 성명은 “국가의 안정과 공공 안전, 법의 지배를 해하는 행동들에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제 인권단체 포티파이라이츠는 “미얀마 군부가 군경에게 ‘1인 시위자에게는 테이저건을, 집단 시위대에게는 38구경 총을 사용하라’는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며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5명 이상 집회·야간통행 금지
“통제선 넘으면 발포” 경고문
“흘라잉 사령관, 대통령 되려 한다”
영국 외교관이 쓴 기밀문서 공개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가 앞으로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익명의 영국 고위 외교관은 지난주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갔으며,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가 유혈 사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기밀 평가 보고서를 썼다. 이에 따르면 실권자인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은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국민민주연맹(NLD)을 해산시키고 자신이 대통령이 될 생각을 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정국이 흘라잉의 의도대로 갈 것으로 예상했다. 수지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이 구금되면서 지도부를 잃은 NLD가 분열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영국 외교관은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미얀마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쿠데타를 되돌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제재를 가해도 군부가 오히려 중국과 더욱 밀착할 계기가 될 수 있어 효과를 확신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