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산 코로나 치료제 나왔다, 셀트리온 조건부허가 획득

중앙일보

입력 2021.02.05 14:07

수정 2021.02.0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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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약처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 최종점검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셀트리온사(社)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CT-P59)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5일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국내 1호 치료제다. 
 
이날 열린 식약처 최종점검위원회는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 허가를 결정했다. 최종점검위는 3단계 전문가 자문절차 중 마지막이다. 렉키로나주는 앞으로 코로나19 일반 성인 중등증 환자와 60세 이상 고위험 경증 환자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연합뉴스

 

3상 임상 결과 제출하는 조건   

식약처에 따르면 최종점검위는 렉키로나 시판 뒤 3상 결과를 제출하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품목 허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최종점검위에는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생물의약품분과위원장, 김강립 식약처장 등 8인이 참석했다. 일반적으로 신약 허가를 받으려면 임상 3상까지 마쳐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계속 진행 중인 만큼 절차를 줄여줬다. 180일 이상 걸리던 허가심사 기한도 39일로 확 당겼다.  
 
렉키로나주는 폐렴 증상이 있는 18세 이상 코로나19 중등증 환자의 임상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자문 됐다. 또 60세 이상 또는 심혈관계 질환 · 만성호흡기계 질환 · 당뇨병 · 고혈압 중 하나 이상의 기저질환(지병)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 경증 환자에게도 쓸 수 있도록 허가했다.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임상 시험 때 중증환자 발생률을 54% 줄인 결과가 나왔다. 렉키로나주는 증상 개선 기간이 3.43일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렉키로나주 '음전' 소요시간은 

하지만 바이러스 검사결과 양성→음성으로 전환되는 시간(바이러스 음전 소요 시간)은 투약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간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사망률에 대한 효과도 미지수다.


다만 렉키로나주는 중대한 부작용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용법‧용량은 성인 체중 1kg당 렉키로나주 40mg을 90분(±15분)간 정맥으로 주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인천 연수구 셀트리온 2공장에서 한 연구원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변이바이러스 효과는

렉키로나주는 항체치료제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 속 중화항체 유전자를 활용해 만든다. 유전자를 재조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국내 개발 의약품으로는 처음 허가를 받았다. 세계에서는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 치료제에 이어 세 번째다.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변이바이러스’에 대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셀트리온과 질병관리청은 이와 관련한 시험을 진행 중이다.
 

게임 체인저 될까 

전문가들 사이에서 항체치료제가 코로나19 ‘게임 체인저’가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 의료 현장에 긴급 사용승인된 항체치료제가 배부됐으나 확보 물량의 20%밖에 사용되지 않았다”며 “렉키로나주의 구체적인 임상 결과가 논문으로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변이로 기존 바이러스에 대응했던 중화항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며 “오히려 변이 바이러스와 애매하게 결합, 세포 침투와 증식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변이바이러스 부분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결과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다만 국내에 유행됐던 6개의 (코로나19) 유전자 타입에 대해서는 검증을 거쳤다.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라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제출된다면, 그에 따라 필요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