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그 영화 이 장면] 캐롤

중앙일보

입력 2021.02.0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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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영화평론가

최근 재개봉을 통해 다시 관객과 만나고 있는 토드 헤인즈 감독의 ‘캐롤’(2015)은 이제 클래식 반열에 오른 듯하다. 케이트 블랜쳇과 루니 마라의 연기는 물론, 이 영화가 지닌 모든 디테일과 톤은 수많은 관객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그 무엇이 되었다. 헤인즈 감독은 ‘사랑’이라는 그 흔한 테마를, 자신만의 이미지와 관점을 통해 매우 특별한 감정으로 표현한다. 특히 인상적인 건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인물이다. 이 영화를 이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액션은 두 사람 사이의 ‘바라봄’인데, ‘캐롤’은 그 사이에 유리창을 배치해 묘하게 굴절되거나 필터가 씌워진 듯한 비주얼을 만들어낸다.
 

캐롤

굳이 해석하자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가로막는 사회적 장벽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혹은 테레즈(루니 마라)가 포토그래퍼라는 사실을 환기시키는 장치일 수도 있다. 카메라의 렌즈는, 피사체 앞의 유리창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인즈 감독이 가장 크게 영감을 받은 건 사진작가 사울 레이터의 작품들이었다. 1950년대가 배경인 ‘캐롤’을 준비하면서 감독은 비비언 마이어를 비롯해 여러 작가들의 사진을 참조했는데, 특히 레이터가 포착한 유리창과 빛과 습기가 어우러진 이미지들은 ‘캐롤’이 지닌 섬세한 감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레퍼런스였다. 그렇게 회화와 사진의 중간처럼 느껴지는 질감의 화면은 창조되었고, ‘캐롤’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