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하자 설치는데…사표수리 못해" 김명수 녹음 들어보니

중앙일보

입력 2021.02.04 09:22

수정 2021.02.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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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 탄핵을 이유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절했다는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임 부장판사 측이 김 대법원장과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면서다.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은 4일 “대법원장의 답변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설명했으나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해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두 사람의 면담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녹취록에는 김 대법원장이 ‘탄핵’을 언급한 부분이 명확하게 담겼다.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과 지난해 5월 사의 면담 당시 ″탄핵″ 언급 발언 여부를 놓고 진실 논란이 빚어진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왼쪽). 연합뉴스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에 대해 나로서는 여러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며 “많이 고민도 해야 하고,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을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며 “게다가 임 부장판사는 임기도 얼마 안 남지 않았느냐”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 탄핵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법관 탄핵이 현실성 있다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정치적인 상황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지 않느냐”며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 측은 “지난해 12월에도 종전에 제출한 사표를 수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다른 법관은 사직 처리하면서도 임 부장판사는 2월 말 임기 만료로 퇴임하라는 게 김 대법원장의 뜻이라는 연락만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발언 전문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임 부장이 사표내는 것은 난 좋아. 내가 그것에 관해서는 많이 고민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도 지켜봐야 되는데,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그리고 게다가 임 부장 경우는 임기도 사실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
이에 따라 김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는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3일 “사법부 독립을 수호해야 할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판사 길들이기’를 위한 탄핵 소추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더니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며 “대법원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 바란다. 만일 거부한다면 탄핵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국회는 4일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번 탄핵소추안에는 범여권 정당을 포함한 의원 161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발의 인원만으로도 의결 정족수인 151명을 넘긴 만큼 통과가 유력시된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