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이 몸값 높여줬다···미얀마 군부, 바이든·시진핑과 밀당

중앙일보

입력 2021.0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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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로 인도양 주변의 안보전략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오랫동안 중국과 밀착했던 군부가 다시 권력을 잡은 만큼 미국의 고심이 깊어졌다.
 

지난달 12일 미얀마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얀마 군부 실세인 민 아웅 흘라잉 국방부 최고사령관을 만나 팔꿈치 악수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당장 제재 카드를 들 경우 미얀마 군부의 중국 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국의 숙원인 미얀마를 통한 인도양 진출이 이뤄질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도ㆍ태평양 전략과 쿼드(Quad,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가 참여한 집단안보협의체)에 악재가 된다.

이권 사업으로 연결된 군부-중국 밀월
중국군 주둔 거부…'부채의 늪'도 경계
바이든 행정부 '당근과 채찍' 전략 세울 듯

일단 미국은 미얀마 군부의 아웅산 수지 고문 축출을 '쿠데타'로 공식 규정하며 압박에 나섰다. 동시에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얀마 민주화에 관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군부를 향해 채찍과 당근을 구사할 심산이지만 군부가 곧바로 미국 편들기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에 따르면 그간 미얀마는 미·중이 협력국 확보 경쟁에 나서자 미·중 양쪽에서 이득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군부 비자금 챙겨준 중국

먼저 중국에 관한 한 미얀마 군부의 이권이 걸려 있다. 미얀마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퇴역 군인들의 국영기업인 미얀마경제지주공사(UMEHL)를 비롯해 군부는 보석ㆍ목재 등 알짜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중국 자본은 제재에 발목 잡힌 군부의 이런 이권 사업을 후견해왔다.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관련 거래량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군부의 비자금 마련을 비호해 준 것"이라며 "군부가 기본적으로 중국으로 기우는 건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짚었다. 이어 "사실 군부의 군사활동은 이권을 만들기 위한 부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지난해 세계 군사력 보고서(Military Balance)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40만6000명이란 대규모 병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육군(37만5000명) 중심으로 "쿠데타를 위한 국내용"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 24일 미얀마 해군 창설 73주년 기념식에서 해군 함정이 축포를 발사하고 있다. 중국산이 주력인 미얀마 해군 함정들은 노후화가 심각하다. [AFP=연합뉴스]

2051㎞에 이르는 해안선이 인도양과 맞닿아 있는 데도, 해군 병력은 1만6000명 수준이다. 또 주력인 중국산 경비함정들은 노후화가 심각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런 허점을 비집고 중국은 미얀마 군부에 각종 군사협력을 제안해왔다. 중국이 미얀마 섬에 레이더 기지를 비밀리에 건설해주는 대신 정보를 공유 받아 미군과 협력하는 인도군의 동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뿌리 깊은 '반중 정서'

미얀마 군부가 마냥 중국 편인 것은 아니다. 중국은 그간 미얀마 거점 항구에 인민해방군 해군 주둔을 원했다. 인도 북동부를 잇는 물류거점인 시트웨항, 윈난(雲南)성까지 연결된 원유ㆍ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시작점인 짜욱퓨항이 타깃으로 중국의 해양 수송로 확보를 위한 '진주 목걸이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만큼 중국의 경제ㆍ안보적 이익이 달려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인도양 진주목걸이 전략’과 원유·가스 수송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미얀마는 외국군 주둔을 금지한 헌법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 배경에는 뿌리 깊은 미얀마의 반중 정서가 자리한다.
  
장 연구원은 "1990년대 군사독재 시절 중국 자본과 인력이 들어오면서 강력범죄 등 사회 문제를 일으켜 미얀마 내 반중 정서가 확산됐다"며 "캄보디아, 라오스, 스리랑카 등 주변국들이 중국 자본에 의한 '부채의 늪'에 빠진 것을 목도하면서 경계감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중국이 미얀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무상 제공할 의사를 밝혔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를 사실상 거절했다. 대신 인도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여와 지난달 27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접경 지역의 중국계 소수민족 반군 문제가 군부가 중국을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다. 군부는 반군의 무장해제를 강력히 원하는데, 해결이 잘 안 되는 배경에 중국의 지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중재를 자처하지만, 미얀마 군부의 생각은 다르다. 양국간 '내정 불간섭' 원칙이 흔들리면 중국의 입김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중 정서' 노리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같은 '반중 정서'를 노리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중국에 의지하면서도 중국에 문을 활짝 여는 것을 두려워하는 만큼 중국 견제의 레버리지로 미국이 다가서는 전략이다. 
 
이미 2012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얀마를 찾아 양국 관계의 개선을 과시했던 경험도 있다. 물론 이번엔 그간 미국이 취해왔던 미얀마 민주화 정책에 역행하는 군부 쿠데타가 벌어진 만큼 미얀마에 대해 제재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인권 대통령 이미지가 강한 바이든이 세계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선 미얀마 사태에서 한발 물러서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제재를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가운데 지난 2일 수도 네피타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의사당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오바마 시절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하면서 군부의 민정 이양을 끌어냈던 경험이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 연구원은 "제재로 갈 경우 군부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에 더 매달릴 게 분명하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도 적절히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과 쿼드의 동반자인 인도의 역할론도 떠오른다. 미얀마와 인도는 역사적으로 견원지간이지만, 중국을 경계하는 미얀마가 인도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인도가 자국 상황이 급한 데도 코로나19 백신을 내준 것도 대중국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상진·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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