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각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 현장도 있다. 대표적인 영역이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와 아르바이트(알바)생 관계다. 양쪽 다 생활고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입장이어서다. 알바생이 감당해야 하는 생활 물가와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와 프랜차이즈·카드 수수료 등, 실제 그 양측의 입장을 듣는 순간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게 불가능해진다.
기자가 만나본 알바생과 자영업자도 언론의 선악 대결식 보도를 불쾌해했다. ‘합리적 상식’이라는 말의 정의조차 논란이 되는 요즘이지만, 합리적 상식을 갖고 ‘을끼리의 줄다리기’를 벌이던 현장의 알바와 사장님들의 생각은 그랬다.
찬반을 선악으로 나누는 말의 힘은 강했다. 이후 서울에서 식당을 폐업한 한 연예인이 최저임금 문제를 입에 올렸다가 해명하는 해프닝도 이어졌다.
문제는 선한 의지의 실천이다. 그런 그가 임금체불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다가 최근 구속됐다. 검찰의 일방적 공격일 뿐이라며 맞설 수도 있었지만, 재판에 나오지 않아 구속됐다. 선의를 내세웠을 뿐, 실천할 용기는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선악 구호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대하면 사람 생명을 경시하는 세력으로 몰리고, ‘기업 3% 룰’ 규제를 반대하면 소수 주주 권리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결국 논의의 무게는 현장 당사자들의 경험이 아닌, 착하게 보이려는 누군가의 감성으로 기운다. 기자의 이런 비판도 악으로 취급될까.
최선욱 산업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