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최 원장을 향해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감사원이 (어떤) 목적을 정해 놓고 하는 것 아니냐”(김남국 의원)고 몰아세웠다. [뉴스1]
①반박=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가)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는 야권 주장을 “정치 소설의 백미”라 비판하며 “최소한 팩트는 확인하고 말씀하시라”고 말했다.또 윤 의원은 지난해 11월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산업부가 추진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을 때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했던 장본인이다. 그는 이날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교류 협력사업 어디에서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2019년 12월 감사원 감사 직전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 중 '北 원전건설추진 문건' 관련 파일. 보고서 캡쳐
②당혹=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소장은 검찰의 주장일 뿐 사실관계가 확인된 게 아니다”면서도 “우리가 언제 당 차원에서 감사원 감사 자체에 대한 비판을 한 적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요컨대 “에너지 전환 정책은 정부 의사 결정의 최상위 의결기구인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정책 사안인데, 이를 감사하는 게 월권적 발상이라 비판한 거지, 감사원의 감사 활동 자체에 대해선 비판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삭제된 문건 중 산업부가 청와대와 논의를 주고받은 정황이 나온 데 대해서도 이 의원은 “우리도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③역공=2주 전인 지난 15일 감사원을 향해 “정치 감사를 즉각 멈추라”는 논평을 냈던 신영대 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공소장이나 파일 목록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 자체가 검찰이나 감사원 등의 정치적 행위라는 주장이다. 신 대변인은 "지난해 감사원이 국회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을 때는 삭제 파일 목록이 전혀 없었는데, 이제 이를 복구했다며 슬금슬금 흘리고 있다","재판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구체적 혐의가 담긴 검찰 공소장까지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④업계 옹호?=지난해 8월 송갑석 의원은 최재형 원장을 향해 “원전 마피아들이 했던 논리와 사고구조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이 원전업계나 '탈 원전'에 반대하는 세력과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한 정황이 삭제 문건 목록에서 드러나자, 송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에 원전을 짓는다는 게, 원전 업계 입장에서는 (아예 못 짓는 것보단) 원하는 일 아닌가.”
⑤엇갈림="산업부가 원전 폐쇄 반대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보도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대체로는 “제목만 보고는 안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시민단체가 경찰에 낸 집회신고서를 산업부가 갖고 있었던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호남 재선)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정부가 정책을 수행하면서 관련 기관이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호남 초선), “정부가 동향 파악하면 다 사찰인가, 트집에 불과하다”(수도권 중진)는 옹호론도 있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