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일군 도심형 수목원
국내 최대 국립세종수목원 온실
지중해·열대 식물 600여종 빼곡
중생대 백악기 멸종된 줄 알았던
희귀종 울레미소나무 눈길 끌어
세종수목원은 기존 수목원과 다르다. 이를테면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명품 숲에 들어앉았고, 경북 봉화 백두대간수목원은 깊은 산자락에 안겨 있다. 반면 세종수목원은 정부기관이 모여 있는 세종시 신도심 한복판에 자리한다. 금강 변, 나무 한 그루 없던 농지에 1518억원을 들여 축구장 90개 크기(65㏊) 수목원을 만들었다. 그래서 ‘도심형 수목원’이라는 콘셉트를 강조한다.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은 “수목원이 자연과 사람 사이에 존재한다면, 세종수목원은 사람 쪽에 더 가깝다”며 “나무가 자라고 자연이 회복되는 걸 관찰하며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목원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세종수목원은 20개 전시원을 갖췄다. 추운 겨울, 야외 전시원을 둘러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한국전통정원은 제법 인기다. 창덕궁 주합루와 부용정을 실제 크기로 재현한 궁궐 정원, 전남 담양 소쇄원에서 착안한 별서 정원이 그럴싸하다.
파파야·바나나 열매가 주렁주렁
227종 식물이 사는 지중해 온실부터 둘러봤다. 흐드러진 부겐빌레아가 먼저 반겨줬다. 온실 한가운데에는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을 본뜬 정원이 있었다. 신기한 나무도 많았다.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 줄기가 항아리처럼 생긴 ‘케이바 물병나무’, 시어머니방석이란 별명을 가진 ‘금호선인장’은 이름도 생김새도 흥미로웠다. 이유미 원장은 ‘울레미소나무’를 눈여겨보라고 강조했다. 중생대 백악기 때 살다가 멸종한 줄 알았으나 1994년 호주에서 발견한 귀한 나무다. 국립생태원, 완도수목원에도 있는데 국내 최초로 세종수목원에서 개화했다.
여행정보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 온실은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뒤 방문해야 한다. 1시간 단위로 180명만 입장할 수 있다. 입장권이 매진되지 않았다면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해설사와 함께하는 1시간 30분짜리 체험 프로그램도 인터넷에서 예약할 수 있다. 8000원(입장료 포함).
극락조화 활짝 핀 베어트리파크
250평에 달하는 열대식물원에는 잎이 넓적한 야자나무가 그득하다. 새처럼 생긴 극락조화(사진)가 만개한 모습과 탐스럽게 영근 폰데로사 레몬도 볼 수 있다. 실내 분재원에서는 백 살이 넘는 분재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분재도 볼 수 있다. 베어트리파크 창업주가 가장 아끼는 공간은 ‘만경비원’이다. 약 500평 규모인 만경비원은 열대 조경과 한국의 산수 조경이 조화를 이룬 이색 실내 정원이다. 희귀한 선인장, 다육 식물과 예술작품 같은 괴목·나무화석도 전시돼 다.
주말에는 실내 양어장을 개방한다. 오색연못과 송파정에 사는 비단잉어 1000여 마리가 겨울을 나는 곳이다. 먹이 주기 체험(1000원)도 할 수 있다.
베어트리파크는 곰 100여 마리가 사는 수목원이다. 야생 곰은 겨울에 먹이를 구할 수 없어 겨울잠을 잔다. 하지만 수목원 곰들은 음식을 챙겨주는 까닭에 겨울에도 말똥말똥한 눈으로 관람객을 향해 손을 흔든다.
세종=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