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를 해야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올해 신년사다. 정 부회장은 당시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맞춰 광적인 집중을 해달라”며 “자신이 속한 사업만 바라보는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자”고 강조했다.
SK와이번스 '깜짝' 인수 왜?
신세계는 이날 SK와이번스 인수에 대해 “온·오프라인 통합과 온라인 시장 확장을 위해 몇 년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왔다”며 “특히 기존 고객과 야구팬들의 교차점이나 공유 경험이 커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800만 관중 시대를 맞아 두꺼운 야구팬층이 온라인 시장의 주도적 고객층과 일치한다는 점도 주목했다고 했다.
"MZ세대 잡아라"
유통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온라인 강화 전략을 오프라인(야구단)에서 찾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프로야구 관중 주축은 20~30대이고, 최근엔 여성 관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신세계로선 쿠팡, 카카오 등 e커머스 업체에 뺏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세대)를 미래 충성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고, 이들이 향후 소비를 주도할 세대란 점에서 마케팅 측면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이 MZ세대를 붙잡으려는 노력은 지난해 연말부터 이마트 유튜브에 출연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요즘 젊은 고객들이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 이마트 영업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나부터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의 출연 이후 이마트 유튜브 구독자는 2만여 명이 늘었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잡아라"
사실 재계 안팎에서는 1~2년 전부터 정 부회장이 프로 야구단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신세계의 다른 임원은 “올해 코로나19 종식에 맞춰 고객의 소비 욕구가 온라인 시장에서 오프라인으로 나오기 시작할 것”며 “정 부회장은 수 년 전부터 오프라인도 잘하는 온라인 기업을 말해왔고, 그게 현재 신세계의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선 신세계가 야구장에 계열사 매장을 입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는 이날 “야구장을 찾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해 ‘보는 야구’에서 ‘즐기는 야구’가 되도록 하겠다”며“야구장 밖에서도 ‘신세계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마트는 이전에도 SK와이번스 홈구장에 ‘이마트 바비큐 존’ 등을 만들어 스포츠 마케팅을 선보였는데 앞으론 신세계그룹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게 서비스를 보다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벌 롯데와 야구판에서 또 경쟁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세계의 SK와이번스 인수는 스마트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작년 쿠팡으로 대변되는 e커머스가 급성장했다. 신세계로선 온라인 쇼핑몰에선 누릴 수 없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를 찾아내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세계는 이마트 매장에서 와이번스 선수의 사인볼을 파는 등 시너지 효과에 집중할 것”이라며 “롯데도 자이언츠와 연계를 늘리며 스포츠 마케팅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세계에 프로 야구단을 넘긴 SK 입장에서는 그룹 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측면이 강했다고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가 몇 년 전부터 비주력 사업은 매각하고 있다”며 “특히 SK와이번스에 대해선 돈 먹는 하마라는 SK텔레콤 내부의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