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표는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정의당은 진상조사를 통해 김 전 대표의 성추행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유사 사건에서 흔히 있었던 은폐·축소 시도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만약 그런 일까지 있었다면 정의당은 존립 기반을 송두리째 잃었을 것이다. 당 대표의 성추행 사실만으로도 정의당은 존재 의의에 대한 물음을 고통스럽게 마주할 수밖에 없다.
안희정·박원순·오거돈 이어 또 터져
인권·평등 외치는 진보 진영의 민낯
김 전 대표의 추행 피해자인 장 의원은 입장문에서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대해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라고 물었다. 진보 표방 정치인들은 인권·평등·정의를 외치며 살았다. 외견상 ‘그럴듯한 삶’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설픈 도덕적 우월감 위에 권력을 얹었으나 타인 존중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이 괴리가 참사를 부른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 그동안 물타기와 음모론으로 두른 보호막도 정치인 성폭력 재생산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시장 감싸기,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 대표적 사례다. 장 의원이 말한 ‘처참한 실패’의 원인과 과정을 겸허히 살펴봐야 한다. 교훈을 외면하면 실패는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