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만난 이 대표는 “행정 경험이 일천한 나와 (박)지성이 같은 40대 젊은 경기인 출신이 K리그에서 중책을 맡았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바꿔나갈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일천한 경험’과 ‘기대와 우려’라는 조건 및 환경을 알면서 왜 부담스러운 역할을 마다치 않았을까.
최연소 프로축구 강원 대표이사
한국축구 수혜자로서 되갚는 일
전용구장 개막경기 토트넘 희망
성적·흥행·수익 모두 붙잡을 것
직접 부딪쳐 본 프로축구단 행정은 이 대표가 예상했던 것보다 복잡한 작업이었다. 그는 “팀을 지탱하는 ‘선수단’과 ‘프런트’라는 두 수레바퀴의 모양과 크기를 동일하게 다듬어야 한다. 여러 부서끼리 서로 부딪치는 이해관계를 교통 정리하는 게 힘들지만 즐겁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김병수(49) 강원 감독과 매일 머리를 맞대고 선수 보강을 논의한다. 새 시즌 강원이 선보일 축구 색깔을 디자인하고 마케팅 전략도 짠다. 그는 “(대표이사는) 성적도 내고, 돈도 벌어야 하는 자리다. 내가 좋은 흐름을 만들어야 내 뒤로도 더 많은 경기인 출신 행정가가 나올 수 있다.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이영표 사장’은 선수 시절 몸담았던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의 선수 이적 협상 능력과 선수단 운영 노하우, 밴쿠버 화이트캡스(캐나다)의 마케팅 역량에 주목했다. K리그에 도입할 수 있는 요소를 열심히 추리고 있다. 그는 “강원이 1만여 석 규모의 전용구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완공하면 개장 경기로 토트넘을 불러오고 싶다. 물론 손흥민(29)이 꼭 뛰는 조건으로”라며 웃었다.
이 대표는 해설위원이었던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을 향해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로부터 7년, 이제는 ‘대표이사 이영표’가 경험하는 게 아니라 증명할 차례다. 무엇보다 성적과 흥행, 수익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는 “해외 여러 구단을 거치며 눈여겨 봐왔던 노하우를 모두 쏟아붓겠다.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돈도 많이 벌어서, K리그 시·도민구단의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첫걸음은 뭐가 될까.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지친 팬과 강원도민을 축구를 통해 활짝 웃게 하겠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