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리거는 경기 시작부터 상대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주 무기가 왼손 펀치인 맥그리거는 힘을 싣기 위해 오른발을 미리 앞으로 내딛어야 한다. 그때마다 오른쪽 종아리에 레그킥(다리 공격)을 집중 허용했다. 2라운드 중반까지 18차례 레그킥을 맞았다. 다리는 빨갛게 달아올랐다. 2라운드에 접어들자 데미지가 누적돼 오른발을 제대로 딛지 못하게 됐다. 공격은커녕 피할 수도 없었다. 2분 27초 포이리에의 양손 펀치 10연타가 쏟아졌다. 마지막 10번째 오른 스트레이트는 오른 안면에 꽂혔다. 맥그리거는 그대로 옥타곤에 주저앉았고, 심판은 경기를 중단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이변"이라고 했다.
포이리에에 커리어 첫 KO패
전 두 체급 챔피언 체면 구겨
맥그리거는 지난해 6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젠 지루하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1월 도널드 세로니(38·미국)를 TKO로 이긴 뒤였다. 그러다 이번에 전격 복귀했다. 대전료를 많이 받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맥그리거의 이번 대전료는 500만 달러(약 55억원), 포이리에의 5배다. 맥그리거는 "60초 만에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오히려 체면을 구겼다. 데이나 화이트(52·미국) UFC 대표도 고민이 깊다. 화이트는 내심 맥그리거가 이기길 바랐다. 29전 전승으로 은퇴를 선언한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1·러시아)가 은퇴를 번복하게 한 뒤, 맥그리거와 라이트급 타이틀전을 치르는 '흥행 플랜'을 준비 중이었다.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맥그리거는 명예 회복을 벼른다. 그는 "다시 시작하겠다. 계속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