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서 옷으로, 명품에서 일상으로
일례로 지난 11일 한 온라인쇼핑몰에선 예상치 못한 대박이 터졌다. 평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유아·아동용 내복이 하루 만에 1600장 팔려나간 것이다.
단번에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마밤오가닉’내복은 과거에도 판매를 하던 옷들이었다. 쇼핑몰과 업체 측은 성공의 이유로 달라진 인식을 꼽았다. 롯데온(ON)이 신년을 맞아 ‘비건패션 기획전’을 만들어 내복을 소개했는데 이 점이 주효했단 얘기다.
[必환경 라이프]
마밤오가닉 제품을 만드는 야벳의 장동혁 대표는 “2016년부터 친환경 아동 의류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오가닉 섬유와 너도밤나무에서 뽑아낸 친환경 섬유로 옷을 만들었지만 성장은 더뎠다”며 “그런데 코로나가 터진 이후 자녀가 아토피 등 피부질환이 없는데도 친환경 옷을 찾아 입히려는 엄마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했다.
이신혜 롯데온 패션팀장은 "지난해 코로나의 영향으로 패션업계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실내복 종류와 친환경 의류 쪽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로 수렴하는 2021 패션
비건패션 역시 ‘동물에 대한 윤리적 패션’의 일환으로 시작됐고 동물이 지구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패션 안에 포용될 수 있다.
실제 비건패션을 내건 미국의 여성의류 브랜드 레전드앤바이브(Legends&vibes)의 경우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이지 않고,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으며, 환경을 살리는 방식으로 옷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동물보호운동가와 명품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던 비건패션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친환경 패션’으로 일반화하고 있는 셈이다. 의류업계에서 비건패션 트렌드가 일회성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이제 브랜드의 힘은 인지도나 유명세가 아니라 콘텐트와 이미지로 결정된다”며 올해 패션 시장의 키워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꼽았다. 임 소장은 “ESG의 거대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류가 됐다”며 “패션 기업도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