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 출금 이틀 뒤인 2019년 3월 25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첫 중간 조사 결과 보고를 하고 김 전 차관 등에 대한 수사 의뢰를 요청했다. 당시 조사단 이규원 검사가 피의자 신분이 아닌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금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사를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수사 의뢰를 서두른 것이다.
정한중 “조사단 확신 갖고 수사 요청해 들어줄 수밖에”
정 위원장 대행은 “장자연 사건의 경우 배우 윤지오씨가 한 ‘약을 타가지고 강간을 했다’는 진술의 증거가 아무 것도 없고 조사팀 내부에서도 4대 2, 3대 3으로 의견이 갈려 (수사 의뢰 요청을) 몇 번이나 빠꾸 하고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학의 사건 조사팀은 만장일치로 요청해서 수사 권고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중천 리스트’ 한상대·윤갑근 등 지목했지만…
한 전 총장의 경우 경찰 1차 조사 때 윤씨 원주 별장에서 한 전 총장의 과거 명함이 발견됐고, 이 검사가 ‘윤중천 면담 보고서’에 “윤씨가 한 전 총장에게 돈을 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고 기록한 게 근거였다. 윤 전 고검장에 대해선 윤씨 운전기사가 경찰 조사에서 윤 전 고검장 사진을 보며 “성 접대가 이뤄진 별장에 온 적 있고 윤중천씨와 일식집 등에서 만난 적 있는 인물 같다”고 진술한 게 사실상 유일한 단서였다.
하지만 과거사위 수사 권고로 출범한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같은 해 6월 6일 “한 전 총장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구체적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다. 한 전 총장의 경우 윤씨 전화번호부에 이름과 통화 내역이 나오지 않았고 윤씨는 정식 녹음한 조사에서 돈을 준 적 있다고 말한 사실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윤 전 고검장에 대해서도 운전기사는 수사단에 “경찰에서 그렇게 진술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윤갑근 전 고검장이 별장에 출입하고 윤중천씨와 만난 사람인지 자체를 모르겠다”고 했다.
정 위원장 대행은 이에 “조사단에서 수사를 하면 뭐가 나올 수 있다며 워낙 확신을 가지고 수사의뢰 요청을 해 우리가 수사의뢰를 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총장 연루 대형 오보 소동도
정 전 위원장 대행은 “윤석열이라고 (보고서에) 한 번 글자가 나온다”며 “(윤 총장을) 봤다는 진술이 아니다. 별장과 관계없는 간접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과거사위 보도자료에도 넣지 않았고 (한겨레 보도 때) 기자들에게도 관련이 없으니 보도하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보도 이후 윤 총장은 한겨레 기자 등을 고소했고, 한겨레는 장문의 사과문을 실었다.
소위 윤중천 별장 리스트와 윤석열 총장 대형 오보의 근거가 됐던 이 검사의 ‘윤중천 면담 보고서’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채 대검찰청 캐비넷 속에 비공개로 보관하고 있다. 과거사위와 조사단이 1000페이지 분량이라는 김학의 최종 진상조사결과 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활동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