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면 내의 피해야
국립등산학교는 최근 유튜브에 ‘안전산행’ 영상을 올렸다. 여기서 가장 강조한 게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이다. 옷을 겹겹이 입는 걸 말한다. 거위 털이 빵빵하게 충전된 ‘헤비 구스다운 재킷’ 한 벌 챙겼다고 끝이 아니다. 속옷부터 재킷까지 용도에 따라 적절히 입어야 한다.
등산객이 의외로 간과하는 게 속옷(베이스 레이어)이다. 재킷은 고급 브랜드 제품을 입고, 속옷은 평소 입던 순면 내의를 그냥 입는다. 면이 땀 흡수는 잘하지만 배출엔 취약하다. 축축한 속옷을 입은 채 등산하면 체온과 컨디션이 떨어진다. 폴리에스터 소재가 속옷으로 적절하다. 그 위에 보온성 티셔츠, 거위 털 같은 충전재를 넣은 재킷, 방수·방풍 재킷을 차례로 입는 게 일반적이다.
안중국 국립등산학교 교장은 “해발 1000m가 넘는 백두대간 주 능선의 산들은 겨울에 북서풍을 정면으로 맞기에 단단히 채비해야 한다”며 “사고 시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체온을 지켜줄 정도의 방한복을 추가로 준비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에어백 역할도 하는 큰 배낭
겨울 산행에는 배낭이 가벼울수록 좋다고 착각하는 등산객이 많다. 심지어 배낭 없이 1000m 넘는 산에 도전하는 이도 있다.
2013년 선자령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70대 부부가 반면교사의 사례다. 이들은 방한 재킷을 챙겨왔는데도 거추장스럽다며 자가용에 남겨두고 산을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이기호 ㈔강릉바우길 사무국장은 “겨울에는 방한복 말고도 비상식량, 따뜻한 물 등을 넉넉히 챙겨야 한다”며 “큰 배낭은 미끄러졌을 때 ‘에어백’ 역할도 해준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시대에는 대부분 가족, 친구끼리 삼삼오오 산을 오른다. 노련한 산행 리더가 동행하지 않는 경우 준비가 더 철저해야 한다. 복장뿐 아니라 산행 코스, 날씨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지도 기능을 갖춘 등산 앱을 잘 쓰면 요긴하다. 램블러, 트랭글,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이 대표적이다.
컨디션이 안 좋은 일행이 있다면 무리하게 정상 등정을 밀어붙이지 말고 되돌아오는 편이 낫다. 안중국 교장은 “가이드나 리더가 있어도 겨울에는 조난 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며 “높은 산은 4월과 11월에도 저체온증을 앓는 등산객이 발생하니 방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