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원대 피해를 낸 ‘옵티머스 사태’의 주범 김재현(51·구속)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2018년부터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과 공생 관계를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옵티머스는 펀드 자금을 무자본 M&A 세력에 공급하고, 이 세력은 다시 회삿돈을 빼돌려 펀드 돌려막기(환매) 자금으로 댔다. 검찰은 이 과정에 연루된 핵심 관계자 고모씨를 최근 소환 조사했고, 조만간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수사 착수 7개월이 지났지만 정·관계 로비 등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에선 별 진척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옵티머스 피고인 공소장 살펴보니
옵티머스 투자금이 무자본 M&A 자금으로 활용
한때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우량 코스닥 상장 기업 해덕에 대한 기업사냥은 창업주가 2018년 4월 자신의 지분을 서울 대형병원 이모 원장에게 돌연 매각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이 원장 배후에는 조폭 양은이파 2인자에서 무자본 M&A 세력으로 변신한 박모 씨가 있었다. 그는 회사 인수 후 실질적인 '회장님' 행세를 하다가 2019년 5월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62·구속)에게 30억원을 빌린 뒤 이자를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해됐다.
처음엔 김재현 대표가 2018년 8~10월 박씨와 그의 측근 고씨, 이 원장 등에게 해덕의 인수 자금 230억원을 조달해줬다. 투자자들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돈이었다. 이들은 해덕과 그 자회사 등의 자금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도록 만들어 돌려막기 자금을 확보하고, 박씨가 또 다른 상장회사의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펀드가 대주는 공생관계를 구축했다.
계획 틀어지자 다시 최대주주 바꿔…펀드 자금 200억 또 투입
2019년 2월 해덕의 최대주주는 이 원장에서 화성산업으로 바뀐다. 김 대표는 이때도 화성산업에 펀드 자금 200억원을 제공한다. 이 돈은 옵티머스의 페이퍼컴퍼니(SPC)인 대부디케이에이엠씨, 트러스트올, 셉틸리언을 거쳐 전달됐다.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 비자금의 저수지로 불린 회사로, 셉틸리언 이모(38) 전 청와대 행정관이 절반의 지분을 보유한 자금 세탁 창구용 회사였다. 이 자금의 일부인 133억원은 다시 트러스트올 계좌로 들어갔다. 투자금은 다시 회수되고 경영권은 넘어가는 전형적인 무자본 M&A 수법이다.
환매 중단 직전 HLB로 매각 시도했던 옵티머스 일당
진양곤 HLB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사는 펀드의 피해자로, 개인 자격으로도 옵티머스 임직원 및 관계자와 인사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2018년 4월 당시 조폭 출신 박씨의 해덕 경영권 장악을 돕기 위해 자금조달책 역할을 했다. 오 회장과 박씨, 고씨는 해덕의 자회사인 세보테크 자금을 유용해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와 명성을 인수하는 데 썼다.
검찰은 지난 18일 고씨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고씨 역시 세보테크 회삿돈 횡령 등에 관여한 공범이라고 판단하고 조만간 기소할 방침이라고 한다.
자회삿돈 횡령 고씨도 곧 기소될 듯…“권력 수사 미적”
한 변호사는 “옵티머스 사태는 안정적인 수익을 미끼로 거액의 투자금을 모은 자산운용사 대표가 조폭 출신의 무자본 M&A 세력과 어울리며 펀드 투자자와 소액주주들에 막대한 피해를 준 최악의 금융 범죄로 기록될 것”이라며 “청와대가 이런 사건에 연루된 인사를 검증 과정에서 거르지 못한 점은 큰 문제인 만큼 정관계 로비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