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워성턴DC에 입성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일성은 '치유와 기억'이었다. 이날 오후 링컨기념관 앞 '반추의 못'(reflecting pool)에서 열린 코로나19 희생자 추모식에서다.
취임식 전야, 코로나19 사망자 추모
"치유하기 위해선 반드시 기억해야"
델라웨어 고별 연설서 정치 역정 회고
먼저 보낸 장남 보 언급하며 눈물
그는 “기억하는 게 때로는 힘들 때도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치유하는 방식”이라며 “국가가 그렇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게 우리가 오늘 여기에 모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40만명에 달한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를 상징하는 조명 400개가 준비됐고, 오후 5시 30분에 맞춰 불이 들어왔다. 같은 시간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고층 건물에 붉은 등이 켜졌고, 미 전역의 교회에선 추모의 종을 울렸다.
바이든이 이날 꺼내 든 '치유와 기억'의 화두는 코로나 희생자뿐 아니라 인근에서 벌어졌던 초유의 의회 난입 사건과 겹쳐지며 중의적으로 해석됐다.
스스로도 치유받으려는 듯 바이든 당선인은 가장 영광스러운 날, 가장 아픈 기억을 꺼내 들었다. 앞서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주를 떠나며 한 고별연설에서다.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장남 보를 언급하며 "언젠가 아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지금 유일하게 애석한 건 그가 여기에 없다는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연설 도중 목이 메자 “감정적으로 흐른 것을 양해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고별 연설을 한 장소도 장남 보의 이름을 딴 주 방위군 기지였다.
감정을 추스른 바이든 당선인은 “워싱턴 행을 이곳에서 시작하는 것은 나에겐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지금은 매우 어두운 시기지만, 빛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게 델라웨어가 내게 가르쳐준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고별연설을 마친 바이든 당선인은 비행편으로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당초 상원의원 시절부터 애용하던 암트랙(철도)을 타고 워싱턴에 들어가려 했지만 테러 위험 등이 불거지자 계획을 바꾼 것이다. 바이든 부부는 백악관 앞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하루 묵은 뒤 20일 취임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워싱턴은 초긴장
미 국방부는 워싱턴DC에 배치된 2만 5000명 규모의 주방위군에 대한 조사에도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12명의 주방위군이 부적절한 발언과 의심스러운 행동 등을 이유로 취임식 경계업무에서 배제됐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