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몇 년 전 만났던 런던의 한 갤러리스트가 생각이 났다. 주위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동네의 작고 허름한 빈 공간에서 갤러리를 시작한 그는 이제 런던의 럭셔리 상점이 밀집한 메이페어에서 커다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을 적극 이용한 젊은 세대 갤러리스트로서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품들을 분석하고 연구하여 소위 ‘좋아요’가 많은 작가들을 영입하였고 SNS를 보다 자유롭게, 그리고 보다 자신있게 이용할 줄 아는 젊은 미술 소비층의 기호에 맞는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판매해왔다. 그래서 그 갤러리의 인스타그램에는 어떤 인테리어에나 무난하게 걸맞은 작품들, 하나의 이미지를 보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소비하는 빠른 감각에 부합하는 작품들이 가득하다.
예술은 액세서리나 패션, 기타 소비재처럼 다수의 기호에 맞추어 생산해야 하는 것들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피땀 같은 구슬을 하나하나 꿰어 무에서 유일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작의 영역은 이 창작을 지배하고자 하는 인플루언서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작가와 갤러리들은 창과 방패를 든 심정으로 철통같이 이를 사수해야 한다. 기호가 창작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이 우리 사회의 기호와 정신을 지배하는 최고의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한다.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