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후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그가 흥분한 시위대를 달래고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행동을 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AP "의회 난입 때 경찰 지휘 체계 무너져"
의회 경찰국장 스티븐 선드 사임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뉴스는 존슨 경위의 사건 당일 행적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존슨 경위가 시위대와 대화를 나누고 그들과 함께 의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확성기를 한 시위자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트럼프를 상징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문구가 쓰인 빨간 모자, 이른바 '마가(MAGA)'모자도 썼다.
여기까지 보면 존슨 경위가 폭동에 가담해 그들을 안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BBC가 전한 전말은 좀 달랐다. 앞서 그는 침입자들에 "건물 안에 갇혀 있는 경찰들이 밖으로 나오게 돕고 싶다. 그들은 지금 두려워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한 시위자가 "내가 도와줄 수 있다. 같이 가자"고 했고, 존슨 경위는 "메가폰을 줄 테니 잘 안내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전직 형사 "시위대 신뢰 얻으려 모자 쓴 것"
이 장면을 본 전직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형사 커크 버크홀터는 "존슨 경위는 시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정심을 얻어냈다"며 "메가폰을 넘긴 행위도 신뢰를 얻으려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당 영상을 촬영한 독립 영화제작자 리코 라 스타자는 "그가 한 행동은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당시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며 "그 덕분에 탈출한 동료들은 다른 이들과 달리 지금도 살아있다"며 존슨을 변호했다.
그의 동료들 역시 "존슨 경위는 민주당원"이라며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찰들 "현장 지휘 체계, 완전히 무너져"
한 경찰은 "우리는 완전히 혼자였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전부터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의회를 점거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어왔지만 정작 의회 경찰들은 사건 당일 아침에도 지휘부로부터 어떤 지시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수천명의 시위대가 몰려온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의사당 밖에서는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만 있었다고 한다.
커크 전 형사는 "(아무 체계도 무기도 없이)그야 말로 1대 100으로 맞서야 했던 상황"이라며 "경찰 학교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BBC에 말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했던 의회 경찰국장 스티븐 선드는 사건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피신시킨 뒤 그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공개적으로 선드 국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현재 사임한 상태다.
의사당 경찰 대변인은 WSJ에 "현재 존슨과 다른 경찰들의 행동과 관련된 영장 자료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회 점거 사태 동안 일부 의회 경찰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침입자들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