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헌은 2008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자주 자리를 비웠다. 팔꿈치 인대접합, 경추와 팔꿈치 뼛조각 제거, 허리 디스크 등 수술과 재활을 반복했다. 하지만 2020년, 정찬헌은 다시 한 번 일어섰다. 선발로 보직을 바꿔 19경기에 등판했고, 7승4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다. 코칭스태프는 정찬헌의 몸 상태를 고려해 열흘에 한 번 기용했고, 맞아떨어졌다.
정찬헌은 "처음에 선발로 나올 때는 익숙하지 않은 보직이었지만 긴장감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팀이 필요한 보직을 내게 맡겨 주시고 배려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신임 류지현 감독은 올해도 정찬헌에게 비슷한 역할을 맡길 생각이다.
7승 중 1승은 데뷔 첫 완봉승(6월 27일 SK전)이었다. 9회 1사까진 노히트였으나 김경호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완봉승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인 투수가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건 2000년 송진우(한화)가 마지막이다.
정찬헌은 "팀이 7연패 중이었다. 승리가 더 중요했다. 그리고 사실 운도 많이 따른 경기였다. 그 경기보다는 6월 4일 잠실 삼성전(7이닝 3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승리)이 더 기억에 남는다. 가장 좋은 투구 밸런스로 던진 경기였다.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마다 그 날의 경기 투구 장면을 다시 봤다"고 했다.
그는 "재활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가 '개구리 왕눈이'였다. '일곱번 넘어져도 일어나라'는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비록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재활을 했다. 내가 지난해 11번으로 등번호를 바꾼 것도 11번 숫자처럼 내 척추를 꼿꼿하게 잘 잡아주고 버텨줬으면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찬헌은 데뷔 초 우완 정통파로 큰 기대를 모았다.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과 커브가 일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투심패스트볼,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공을 던진다. 정찬헌은 "선발을 하면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구속보다는 다양성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요즘엔 같은 구종도 속도를 조절해 타자의 타이밍을 뱄는다. 정찬헌은 "보통 내 커브는 시속 123~124㎞인데, 때에 따라 더 느린 105㎞로도 던졌다. 스피드의 격차를 주면서 완급조절을 했다. 구속을 늘이는 것은 어렵지만 완급조절은 가능하다"고 했다.
LG는 최근 몇 년간 좋은 투수 기대주들이 쏟아졌다. 정찬헌은 "후배들 모두 잘 해주고 기대가 되지만 특히 (이)정용이가 애착이 많이 간다. 2019년에 수술하고 재활을 같이 한 룸메이트였다. 정용이는 신인답지 않게 야구에 대한 가치관, 운동에 대한 자세,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책임감이 강하다"고 격려했다.
정찬헌은 "기록에 대한 욕심은 정말 없다. 다시 마운드에 설수 있는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며 "팬들이 야구장에 오고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라 생각했는데 지난해는 아니었다.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이어 "조금 늦게 팬들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렸던 한 해였는데, 팬들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올해는 잠실에서 팬들의 함성을 듣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