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과 신년사에서 사과했던 부동산 해법이 그랬다.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관심사였지만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거나 ‘긴급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비껴갔다. 사면 문제는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할 시점이다. 두 사람에 대한 재판 절차가 마무리돼 ‘형 확정’의 기본 요건이 충족됐고, 곧 대선 경쟁이 본격화하면 이를 둘러싼 혼란과 국론 분열이 가중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야권의 사면 요구가 거세어질수록 여야 간 정쟁이 악화되고 국민 반목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의 한가운데에 사면권을 지닌 문 대통령이 있다.
사면이든 부동산이든 분명한 입장 내야
자화자찬, 레토릭으론 위기 돌파 어려워
이번 회견은 집권 5년 차 대통령이 국정의 큰 그림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올 하반기부터는 여야 정치권이 차기 대선 준비에 돌입하는 만큼 임기 마무리 작업은 사실상 시작된 셈이다. 게다가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급락하는 마당이다. 여론을 대폭 수용해 여권 전체가 심기일전하는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러자면 북한 문제든, 검찰 개혁이든, 혹은 소통이나 국민 통합이든 미사여구를 동원한 자화자찬보다 반성과 성찰이 먼저였다. ‘불통’을 지적하는 질문에 ‘기자회견만이 소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그럼 야당과는 얼마나 소통 노력을 했나 묻고 싶다.
대통령이 회견에서 그럴듯한 레토릭, 자화자찬이나 주고받을 정도로 나라와 주변 환경이 한가한 게 아니다. 정치, 경제, 안보와 민생 등 하나같이 살얼음판을 걷는 대한민국이다. 국민들은 국정 최고 지도자의 혁신적인 리더십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이제라도 대통령의 인식과 메시지가 바뀌어야 한다. 말로만의 국민 화합이 아니라 진정한 통합과 소통에 나서야 한다. 반성과 성찰이 출발점이다. 문 대통령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