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의 ‘입양 아동 교체’ 발언 부적절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19 00:05

수정 2021.01.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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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라고 말한 것은 귀를 의심케 한다.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입양이라는 것은 아이를 골라 쇼핑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항의 글에서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양 부모들의 분노를 가늠할 수 있다.
 
야당에선 “입양 아이가 무슨 쇼핑을 하듯이 반품·교환·환불을 마음대로 하는 물건이란 말인가”(유승민 전 의원), “입양아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입양 부모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었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해당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사과하라”(나경원 전 의원)는 비난을 쏟아낸다. “자칫 입양에 대한 편견과 입장에 대해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한 건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전 위탁에 대한 대통령 언급을 파양으로 오해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입양 전 5~6개월간 사전 위탁을 통해 아이와 예비 부모의 친밀감 등을 지원하고 점검하는 이 제도와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 아동을 바꾼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과는 어감이 전혀 다르다. 사후 설명도 군색하기 짝이 없다.
 
청와대의 해명을 인정한다고 해도 걱정은 줄어들지 않는다. 정인이 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지 보름이 지나도록 대통령은 사안의 핵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상이 드러난 탓이다. 대통령 인식을 두고 우려가 나온 건 처음이 아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을 ‘아동 학대’와 ‘수사기관의 무책임’이 아니라 ‘입양 사후 관리’의 문제로 간주하는 듯한 언행 때문에 야당과 입양 전문가들의 반발이 계속됐다. 야당의 지적이라고 해도 유아의 안전에 관한 내용엔 청와대가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 “근본 원인은 입양이 아니라 아동 학대”라는 반복된 문제 제기를 애써 무시하지 않고서야 ‘입양 취소’ 같은 해법을 언급할 수 있을까.


정인이가 죽어가는 동안 안이하게 대처한 경찰 등 정부의 무능에 화난 국민을 거듭 분노하게 해선 곤란하다.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을 최선의 대책을 모색하라. 그 과정에서 직접 아이를 입양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같은 사람의 의견을 경청해 보라. 그렇게만 해도 대통령이 생중계 회견에서 “입양 아동을 바꾸는 대책”같이 민망한 얘기를 꺼내는 망신은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