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다음 달로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징벌적손해배상제도(상법 개정안)와 집단소송법안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경영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지난 연말 ‘기업규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과 이번 달 초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세 번째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이 준비 중인 징벌적손해배상제도는 ‘상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손해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할 책임을 진다’는 게 핵심이다. 기업이 소비자 피해 우려에 대해 주의를 더 하라는 취지의 법안이다.
"'중과실' 개념 너무 모호해"
피해자가 기업 활동에 대한 손해를 주장했을 때 입증 책임 일부를 기업에게 부여한 것도 경영계의 또 다른 불만이다. 보통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피해를 주장하는 측(원고)이 그 사실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데,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안엔 ‘상인이 해당 손해가 아님을 입증하면 책임이 배제될 수 있다’고 명시됐다.
김주영 서울대 공익법률센터장도 “징벌적손해배상은 그 책임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이 법안 공청회 당시 법무부가 정부 측 의견에 동의하는 학계 대표로 참석했다. 김 센터장은 “정부는 잘못한 기업인을 처벌해야 한다는 대중적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효과를 기대하지만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책임이라는 판단에 대한 법원의 재량권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리한 기획 소송 남발될 것"
정부는 이 같은 규정이 집단소송을 망설이게 한다고 보고 인지대 최고 금액을 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이를 두고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는 “법조 브로커, 소송 남발을 본업으로 하는 변호사, 거액의 합의금을 노리는 외국 로펌까지 가세한 무리한 기획소송이 남발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집단소송이 법원에 접수되면 피고(기업 측)가 변호인을 선임하기 전이라도 소송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한 로펌(법무법인) 관계자는 “소송 전 합의를 시도할 수 있는 장치를 막고 기업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측은 “소송대응력이 취약한 중소ㆍ벤처ㆍ영세 기업들은 막대한 소송비용 부담으로 생존 위협에 놓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