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려고 모은 돈, 더 늦기 전에 주식”…돈, 은행 탈출 가속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미래에셋대우 강남역WM 입구에서 만난 주부 김모(36) 씨 얘기다. 김 씨는 “주식 초보자지만 삼성전자나 현대차를 사는 게 금리가 0%대인 1년짜리 정기예금보다 낫겠다 싶어 새로 증권 계좌를 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 씨 외에도 계좌를 열기 위해 찾은 고객들로 증권사 지점 안은 북적였다. 인근 대신증권 강남대로센터 관계자는 “증시가 활황세를 띄자 고객 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갑자기 몰려 대기인원이 100명을 넘은 지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개미 증시 투입가능 실탄만 100조
작년 집값 21% 폭등, 예금이자 0.9%
4대 은행 요구불예금 새해 9조 줄어
마이너스 통장 개설 올해만 2만개
“증시 과열, 조정 받을 위험도 커져”
부동산 시장에 쏠렸던 자금도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서울 집값이 너무 오르며 일반 직장인이 월급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것은 어려워졌다”며 “여기에 대출 금리는 낮은데 정부 규제까지 심해지자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아뒀던 자금마저 주식시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 시장 주위를 배회하는 ‘대기자금’도 계속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을 사기 위해 투자가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3일 기준 70조1396억원에 이른다. 연초 이후 13일 동안 4조6000억원 넘는 뭉칫돈이 들어온 영향이 크다. 같은 기간 개인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빌린 돈(신용융자)은 1조7586억원 늘어나 전체 잔고는 20조9800억원이다. 사실상 개인이 즉시 증시에 투입할 수 있는 실탄(투자예탁금+신용융자)만 100조원에 달한다.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며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에 풀린 자금이 넘쳐나면서 유동성이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과도하게 고평가된 데다 실물 경기와 괴리가 커지면서 급격히 조정받을 위험도 커졌다”고 말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시장은 단기간에 급격히 올라 이미 거품(버블)이 형성됐다”며 “증시 조정 국면에서 ‘빚투(빚내서 투자)’ 투자자가 과도하게 손실을 피해 보지 않도록 증권사의 신용융자를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윤상언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