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은 판결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을 결단하라”고 쓴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향해 “화가 난다”고 했다.
86그룹·친문 중심 사면 반대 거세
이낙연도 “반성 먼저” 통합론 후퇴
국민의힘 “불행한 역사 반복 안 돼”
유승민 등은 “대통령 사면 결단을”
이처럼 거친 분위기에서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면론을 제기했던 걸 거론하면서는 “적절한 시기에 사면을 건의드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해 당은 ‘국민의 공감과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정리했고, 저는 그 정리를 존중한다”고 했다. 작심하고 사면론을 꺼내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위축된 모습이었다.
이 대표 주변에선 “대표 임기 중 사면을 공식 건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한 측근은 “국민 통합을 위해 사면을 제시했지만 시기상 조금 빨랐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전혀 교감 없이 사면을 꺼냈을 리 없다. 문 대통령의 판단을 속단하면 안 된다”는 반론이 없지는 않다.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오랫동안 복역하고 있다. 임기 내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끌고 가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판결에 대해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윤희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 안팎에선 국민 통합을 내세우며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사면을 결단하라. 이제는 국민통합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썼다. 박근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워 온 그는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져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 왔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건 없는 사면이 국격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의원은 2년여 수감 후 풀려났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올해 80세, 박 전 대통령은 69세다. 수감시설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사면의 결단을 내리라”고 가세했다.
심새롬·현일훈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