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접종 16일뒤 숨진 美의사…"기저질환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13 17:00

수정 2021.01.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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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은 미국의 50대 의사가 사망했다. 접종 16일 만이다. 화이자는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산부인과 의사 그레고리 마이클(56)이 지난 3일 사망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8일 화이자 백신을 맞았고,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화이자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성 없다"

NYT에 따르면 백신 접종 3일 후 마이클 박사의 손발에는 작은 반점이 생겼다. 내출혈에 따른 증상이었다. 그는 바로 응급실로 이송됐고, 코로나 백신 반응으로 인한 급성 면역 혈소판 감소증(ITP) 진단을 받았다. 부인인 하이디 네켈만에 따르면 접종 뒤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마이클 박사의 혈소판 수치는 0으로 나타났고, 그는 즉시 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정상 수치인 혈중 마이크로리터당 15만~45만에 현저히 부족한 수치다.
 
이처럼 혈소판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으면 혈액이 응고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환자의 잇몸이나 구강 내 점막에서는 출혈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망막이나 두개강 내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남편의 사망을 알린 네켈만은 “남편의 혈소판 수를 늘리기 위해 2주 동안 전국의 전문가들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최후의 수단인 비장제거 수술 이틀 전 혈소판 부족으로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남편에겐 기저 질환이 없었으며 건강하고 활동적이었다”고 NYT에 말했다. 또 다른 약물이나 백신에 반응을 보인 적 없으며,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초기부터 N95 마스크를 쓰며 가족과 환자들을 보호했다고 덧붙였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16일만에 사망한 미국의 의사 그레고리 마이클. 페이스북 캡처

 
화이자는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임상시험과 실제 백신 접종 과정에서도 이번 사례와 관련된 안정성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플로리다 보건부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마이클 박사의 사망에 대해 조사 중이다. CDC는 “사례를 조사한 뒤 결과와 필요한 조치를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NYT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에서 단 한 차례라도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은 이는 약 9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보고된 심각한 부작용은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급성 전신 면역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반응 사례 29건이 있다. 다만 사망에 이른 경우는 없다. 이 외엔 일시적인 통증과 피로감, 두통, 발열이 대부분의 부작용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