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최대 정치행사인 당 대회를 정리하는 ‘결론’ 연설에서 “국가방위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업으로 틀어 쥐고 나가야 한다”며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총화(결론) 보고에서 핵잠수함 등 핵무장력 강화을 주문한 데 이어 향후 핵무력을 통해 한국과 미국 정부를 상대해 나가겠다는 '핵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북한은 당규약을 개정하고 ‘조국통일’ 분야에 “공화국 무력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하고, 조국 통일을 위한 투쟁 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을 제압해 조선 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내용을 삽입했다. 핵으로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향후 한ㆍ미연합훈련 중단 요구나 핵감축 협상 등의 공세적 태도를 예고했다.
북, 8일간 회의 마치고 12일 노동당 8차 대회 폐막
김정은 유일체제 완성하고, '결론' 및 '폐막' 연설
당 대회 회의장 단상 김일성, 김정일 대형 사진 없애고
김정은 나타나면 7000명 일제히 마스크 벗어던져
강등된 김여정은 주석단 차지하고 담화로 존재감 과시
이번 당 대회의 또 다른 방점은 ‘김 위원장 띄우기’다. 기존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명칭을 바꾸고, 김 위원장의 직책도 ‘위원장’에서 ‘당총비서’로 수정해 추대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당위원회제가 집체적 지도를 하는 반면 비서제는 총비서의 유일적 지도를 하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김정은 유일체제 강화에 부합하는 형태”라며 “김정은 권력기반 공고화의 징표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빨치산의 상징인 최용해(1950년생)와 미사일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병철(1948년 생)을 제외하고 당 핵심인사들을 1950년대 이후 출생자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도 김정은 시대의 완성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1930년대 생인 박봉주(1939년생), 최부일(1944년생) 등 아버지 세대의 사람들을 물리고, 조용원(생년 미파악, 조직 비서) 등 자신의 측근 인사로 물갈이했다. 조직지도부의 권한을 일부 이관해 법무부와 규율조사부를 신설한 것 역시 체제 공고화의 제도적 뒷받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방역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분야별 토론회 등 김 위원장이 없는 자리에선 참석자들이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점에서 '최고존엄'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데 마스크를 쓰는 건 불손으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 아니겠냐는 것이다.
한편, 당의 고위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김여정의 ‘강등’은 다소 의외의 결과다. 최소 정치국 위원에 오를 것으로 관측됐던 그는 당의 정책결정 핵심 기구인 정치국에서 배제됐고, 직책도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내려 앉았다. 그러나 13일 방영된 북한 TV에서 그가 주석단에 위치하고 있고, 대남 담화를 낸 건 위상과 역할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이번 당대회에서 김영철 전 당 부위원장(현 비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각각 통일전선부장과 중앙위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며 “대남, 대미 협상의 실무 책임자들을 문책하는 인사로 볼 수 있는데, 이를 총괄하는 김여정을 공개적으로 승진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