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간에서는 그런 유(類)의 후회를 담은 댓글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세대별로 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강고한 지지층이던 30, 40대층에서도 이탈자들의 흐름이 눈에 보일 정도가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내리막길인 건 ‘집토끼’들이 하나둘씩 토끼장 문을 열고 가출한 데 따른 결과다.
문재인 지지 철회 늘어나는
진보 지지층과 30·40대 유권자
국민이 원하는 건 실력 있는 정부
하지만 그런 위선과 허위가 지지율 하락을 설명하는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정부의 ‘실력’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야말로 지지율 하락의 근본적 원인이라 본다. 자본주의 국가의 유권자는 정부가 도덕군자의 집합체이어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그저 먹고사는 문제를 잘 해결해 주는 정부를 원할 뿐이다. 그런 소박한 기대를 배반한 것이 부동산 정책이다.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사례로 부동산 정책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24번의 정책이 소용이 없었으니 이건 실력 부족이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시장에서는 솜씨 서툰 목수에게 연장을 내려놓으라고 아우성이다.
글로벌 백신 확보전에서 한참 뒤처진 것도 실력 부족 탓이다. 국민을 마루타로 만들지 않겠다는 배려 때문이라고 변명해도 통하지 않는다. 내 손에 넣지 못한 백신을 ‘신 포도’라 단정하고 돌아서는 이솝 우화 속 여우만 떠올리게 할 뿐이다. 약자의 편에 선다고 해놓고 약자를 더 어렵게 만든 경제정책이나 제대로 된 해결책조차 내놓지 못한 청년 일자리 문제나 플랫폼 노동자 문제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진보건, 보수건 국민이 원하는 건 실력 있는 정부다. 대의민주주의가 시작된 이래 한 번도 변하지 않았을 명제다. 정치학자 이갑윤·이지호의 저서 『대통령 노무현은 왜 실패했는가』는 노무현 정부 2.0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에 보낸 충고로도 읽힌다. 거기에 이렇게 적혀 있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초 실력이 없는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이란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일을 잔뜩 벌이면 결과는 오죽하겠는가. 어떤 이는 미리 알았겠지만 다수의 국민이 이를 깨닫는 데 3년 반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예영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