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생 이슈엔 자화자찬이 넘쳤다. ‘K방역’을 자랑했고, 올 상반기엔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국민이 현실에서 체감하는 건 정책 실패의 씁쓸한 결과물이다. 누더기 잣대에 업종 간 형평성 논란이 더해져 ‘불복 시위’가 번지는 게 현실이다. 병실·의료진·백신 없는 ‘3무(無)’의 겨울을 보내며 국민은 공포에 떨고 있다. 경제 허리인 40대 취업자는 2년 넘게 감소 일로다. 재정으로 만들어낸 단시간 아르바이트만 늘어 ‘고용률 상승’이란 착시를 낳았다.
경제·안보·방역 복합 위기에 자화자찬 일색
포용 내세웠지만 구체적 통합 메시지 없어
정치가 먼저 신뢰 얻고 실사구시 정책 펴야
대통령 신년사란 국정 철학과 국정 현안에 대한 언급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는다. 희망 섞인 구두선에만 그쳐선 곤란하다. 하지만 올해 역시 예년처럼 딱히 새로운 내용은 없고 경제든, 남북 관계든 장밋빛 수사에 그쳤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지금의 우리 경제와 안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정말로 믿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선도 국가로 도약하려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이다. 그러자면 대통령은 재계와 소통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요자 맞춤형 공급 대책이 하루속히 나와야 한다. 국민 통합과 포용을 위해선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첫걸음일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지지층을 설득하고 소통해야 하는 문제다. K방역이 성공하려면 영세 자영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동부구치소 같은 공공기관 등의 집단 감염 차단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모두가 자화자찬만으론 어려운 일들이다.
지난해엔 정치가 국민에게 좌절과 고통·분노를 가져다 준 해였다. 거대 여당의 독주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흔들었다. 복합 위기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정치가 중심을 잡고 방향과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국민을 통합시키는 신뢰의 정치여야 한다. 포퓰리즘과 도그마에 빠진 정책이 아니라 실사구시로 정책 기조를 대전환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