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비대위 회의에 앞선 비대위원들과의 티타임 자리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정진석 당 공천관리위원장 등을 거론하며 “왜 자꾸 안 대표를 끌어들이려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참석자는 “(김 위원장은) 상당히 격노한 모습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세훈·정진석 거론하며 불만 표출
“서울시장 3자구도 가도 승산있다
국민의당과 통합 있을 수 없는 일”
안철수는 대구 사찰서 홍준표 만나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이날 티타임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안 대표 등 3자 구도로 가더라도 우리가 후보를 잘 내면 이길 수 있으니 더는 안 대표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자기 후보를 내기도 전에 밖에서 찾는 게 기회주의가 아니냐. 이건 콩가루 집안이다. 이렇게 선거 치르면 국민이 (우리를) 뭘로 보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오 전 시장을 콕 집어 “출마하면 하는 것이고, 안 하면 안 하는 것이지 세상에 그런 출마 선언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민의당과의) 정당 통합이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나는 상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 대표를 비롯한 서울시장 후보 3자 구도에서도 승리를 전망하느냐는 질문에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제동에도 야권 단일화 움직임은 확산일로다. 특히 이날 안 대표는 대구의 한 사찰(팔공산 동화사)에서 야권 대선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조우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에 대한 신년 인사 시간이 일치하면서 우연히 만난 자리였다고 양측은 밝혔지만 김 위원장의 격노와 대비돼 정치권에선 화제가 됐다.
홍 의원은 이날 안 대표와의 만남 직전에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평생을 ‘낭중지추’의 삶을 살고자 했는데 올해부터는 ‘난득호도(難得糊塗·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며 살기는 힘듦)’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요구하니 연초부터 참 난감하다”며 “그러나 안철수 대표를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빈 구석이 있어야 사람이 몰려든다는 것은 YS를 봐도 정치적으로 증명이 됐으니까”라고 적었다. 홍 의원은 12일엔 또 다른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과 만날 예정이다.
김기정·성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