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는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진상조사 및 조속한 감찰을 요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지검장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됐다는 내용이 너무나 구체적이라 진상조사를 건너뛰고 바로 감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대검과 법무부 양쪽에 검사에 대한 감찰권이 모두 있으니 어느 한쪽이라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런 불법적 일을 일반인이 행했다고 하면 검찰이 가만히 있겠냐. 이 시간에도 그들은 국민을 수사하고 있다”며 “이러지 말자고 검찰개혁을 외쳤으면서 정작 실행해야 하는 시점에 주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위조된 문서로 출금 요청 정황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 받을 수 있어
법조계 “목적 위해서 수사 원칙 깨”
야당 “중대한 위법 반복” 특검 요구
법조계에 따르면 공익신고자가 권익위에 제출한 자료에는 이 검사가 이미 무혐의 처리된 김 전 차관에 대한 2013년 성폭행 의혹 고발 건의 사건번호를 기재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만들어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당시 이성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유령의 내사번호를 활용한 일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런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사자들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는 물론 ‘직권남용’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을 성과 내기에 급급한 검사들의 일탈행위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죄 행위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엄밀한 절차와 증거가 필요하다는 원칙이 어느 순간 느슨해졌고, 대표적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자주 있었던 행태”라고 지적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미란다 원칙(피의자 검거 시 범죄사실의 요지와 체포이유, 진술을 거부할 권리,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 등을 알려야 하는 원칙)이 왜 생겼는지 돌이켜봐야 한다”며 “절차적 정의에 어긋난다면 실체적 정의도 흔들리는데 최근 검사들 사이에 그런 생각이 흐려졌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허위 서류를 이용한 출국금지 조치가 김 전 차관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는 증거 능력이 없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을 확장해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증거부족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문병주 사회에디터 moon.byung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