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국내 점유율 1%, 노재팬 아닌 노혁신 탓

중앙일보

입력 2021.01.1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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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차의 점유율이 1%로 내려앉았다. 국내에서 팔린 신차 100대 중 일본 차는 한 대꼴이란 뜻이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일본 차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가 지난달 한국 시장에서 신규 등록대수 1대라는 수모를 겪었다. 인피니티의 대표 세단 Q50은 한때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톱5에 드는 인기 차종이었다. [사진 인피니티]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일본 차 브랜드 다섯 개(렉서스·도요타·혼다·닛산·인피니티)의 판매량은 2만500여 대였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의 7.5%, 국내 전체 신차 판매의 1.1%를 차지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발생했던 2019년(3만6661대)보다도 줄었다.

작년 5개 브랜드 2만500대 팔려
“국산차 품질 좋아져 변별력 없어”
일본 여행 줄며 친숙도도 떨어져

수입차 판매 중 일본 브랜드의 비중이 10% 밑으로 내려간 건 수입차협회가 판매 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차는 2008년 수입차 판매의 35.5%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0년형 도요타 프리우스 AWD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네시스 등 국산 차 품질이 좋아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렉서스를 살 이유가 없어졌다”며 “(일본 차는) 디자인도 ‘갈라파고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와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차가 자국 소비자만 공감하는 디자인을 채택한다는 의미다.
 

수입차 중 일본차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소비자에게 차는 단순한 소비재 이상”이라며 “일본 차는 실용성으로 인정받았는데 최근 유럽 차 가격이 내려가자 일본 차가 경쟁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매출은 회복세다.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유니클로를 소유한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6000억원 이상이었다.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은 “10여 년 전 일본 젊은이들은 ‘더는 차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완성차 업체도 혁신·개발 노력을 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차는) 최근 전기·수소차 경쟁에서도 테슬라·현대차에 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차 판매와 방일 한국인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소비자의 ‘일본 친숙도’가 떨어진 게 일본 차 판매 부진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 일본 차가 가장 많이 팔린 2018년에는 방일 여행객(753만 명)도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방일 여행객이 50만 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일 간 교류가 멀어지며 환경적 요인이 제품 수요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교류가 늘면 일본 차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