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사업은 디지털로, 소비자는 시각적 요소에 익숙한 MZ(밀레니얼+Z세대)세대로 급변하는 지금, 리더의 이미지는 기업 비전을 전달하는 강력한 소통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요 기업 수장의 ‘모습’에 담긴 메시지를 분석해 봤다.
“리더 이미지는 강력한 소통수단”
정의선, 보수 문화에 변화 의지
구광모, IT 창업자 연상케 해
정용진, 패션 리더로 트렌드 선도
정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정장을 입을 때 늘 은은한 광택이 도는 메탈릭한 소재의 넥타이를 맨다. 보수적인 기업 대표에게 흔했던 2대8 가르마 대신 짧은 머리 모양을 하고 안경도 과거 뿔테 안경에서 금속테로 바꿨다. 그룹이 힘을 쏟고 있는 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자율주행차 등의 이미지에 맞게 미래 지향적이면서 차분한 분위기와 맥을 함께 한다.
퍼스널이미지 연구소의 강진주 소장은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힘의 카리스마’라면 정의선 회장은 은색이나 우아한 아이보리 니트나 재킷으로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연출한다”고 평가했다.
② 최태원 SK그룹 회장
SK는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계열사 전체의 복장 규정을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꾼 곳이다. 여기엔 틀에 박힌 사고를 깨라는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부르짖은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실제 최 회장은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의지를 의상을 통해 나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넥타이는 거의 매지 않고 줄무늬가 들어간 셔츠나 위·아래 아이보리색 정장을 거리낌 없이 입는다. 지난해 여름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전기차를 이슈로 회동할 때에도 과감한 푸른색 정장을 입어 ‘친환경 메시지를 나타낸 것 아니냐’ 등의 화제가 됐다.
옷차림 뿐 아니라 사내방송에 출연해 진행자와 개그를 나누는 언행 자체도 과거 기업인보다 개방적이다. SK관계자는 “그룹 전체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중시 경영을 강조하는 만큼 리더의 옷차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경영철학이 묻어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③ 구광모 ㈜LG 대표
구 대표의 이미지도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창업자를 연상케 한다. 빌 게이츠의 스웨터와 셔츠,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 마크 저커버그의 라운드 니트와 일론 머스크의 노타이와 재킷 등과 비슷한 옷이 많다. 다만 전통을 중시하는 LG그룹의 기업문화를 반영해 ‘젊음의 파격’보다는 단색 계열의 단정하고 지적인 느낌의 옷을 즐겨 입는다고 분석한다.
④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패션 디자이너)는 “올해 기업 리더들의 전반적인 패션경향은 ‘미래와의 연결(Connect with Future)’로 요약할 수 있다”며 “생산과 유통·소비 전반에 걸쳐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