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통과했지만 경영계는 “헌법과 형법상의 과잉금지 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한국경총 성명서)며, 노동계는 “(적용 대상에서 빠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사람도 아니냐”(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며 동시에 반발하고 있다.
발의된 지 212일, 여야 논의 5회뿐
정의당서 사생결단식 덤벼들자
민주당 시간에 쫓기며 우왕좌왕
국민의힘은 당론 못 모은 채 뒷짐
정의당은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중대재해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내세워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 탈피를 위해서도 절실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9월부터 1인 시위에 돌입했고, 류호정 의원은 산업복 차림으로 시정 연설차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앞에 섰다. 지난해 12월 10일부터는 강은미 원내대표가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고(故)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와 함께 단식투쟁에 나서 압박 강도를 끌어올렸다.
이 와중에 민주당을 코너에 몬 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었다. 지난해 11월 10일 여의도연구원 주최의 정책간담회에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초당적 협력”을 거론했다. 이후 국민의힘이 한 건 임이자 의원이 관련 법률안을 발의한 게 전부였다. 여권에 불을 지르고 그 뒤론 불구경만 하는 모습이었다. 내부에서 “기존 보수정당 스탠스로는 합의가 안 된다. 민주당에 독박을 씌우자”는 기류도 있었다.
민주당도 중대재해법 제정보다는 산업안전보건법(산업법)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타협하려는 기류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16일 장철민 의원은 산안법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그다음 날 문 대통령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산업재해로 아까운 목숨을 잃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며 ‘노동 존중 사회’를 강조하자 중대재해법은 다시 탄력을 받았다.
중대재해법이 통과하자 법사위원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누구나 보편적 정의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편면적(片面的) 정의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도 “하나의 법을 가지고 이렇게 오래도록 심사했던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권순원(경영학) 숙명여대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여야가 대변하는 이해관계가 여럿 얽히고설켜 애초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4·7 재보궐과 내년 대선이 걸린 상황에서 노사 대립이 분명한 이 법을 여야가 다시 논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새롬·김기정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