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일단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1996년 도입된 뒤 거래량은 빠르게 늘었다. 10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공매도가 금지되기 직전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6541억원으로 10년 사이(2010년 1324억원) 394%나 증가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오는 3월 16일 풀릴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해 3월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여파에 따른 국내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해 코스피ㆍ코스닥ㆍ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당초 지난해 9월 15일까지 6개월간만 막을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를 고려해 이를 6개월 연장했다.
'공매도 금지' 청원에 4만명 이상 호응
작성자는 “(공매도 없이도) 투자 가치가 있는 기업에 돈이 들어가고, 투자 가치가 없는 기업에서는 돈이 빠진다”며 “주식시장이 돌아가는 데 문제가 없는데 공매도를 부활시키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진위를 밝혀달라”고 청원했다. 이 게시글에 10일 오후 1시 기준 4만4793명이 동의했다.
그동안 동학 개미는 공매도 시장을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놀이터’라고 불렀다. 개인이 기관투자자처럼 투자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거나 주식을 대규모로 빌려서(대주) 공매도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개인의 공매도 투자 한도를 높여주는 등 운동장의 기울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럼에도 동학개미의 '공매도 포비아'에는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날개를 단 코스피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의 특성상 특정 종목의 하락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공매도 재개’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10일 보도자료에서 “(금융위 자료를 살펴봤더니)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 행위가 여러 차례 적발됐다”며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제도를 개선한 뒤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품 우려에 '공매도 조기 부활' 주장도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에도 공매도를 유지한 미국과 일본 등과 비교하면 국내 주가의 상승 속도는 가파르다. 코스피 지수는 8일 기준 최근 한달 동안 17% 치솟았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3%)와 일본 닛케이225지수(6.3%) 상승세는 코스피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공은 이제 금융당국의 손으로 넘어갔다. 공매도 재개 시기에 대한 결정권을 쥔 금융위는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개인에게 공매도 기회를 확대하되 투자 한도를 적용하는 등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며 “다만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서 (3월 16일) 재개할지, 아니면 연장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