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하버드 대학 1학년이던 케네디 의원은 친구에게 스페인어 시험을 대신 보게 했다가 들통나 퇴학 처분을 받았다. 그는 2년 동안 군 복무를 한 후에야 다시 입학할 수 있었다. 졸업 후 버지니아 법대에 지원했는데, 부정행위 전력 때문에 반대가 심해 교수 모두가 참여한 찬반 투표 끝에 겨우 입학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젊은 상원의원으로 맹활약하던 그가 1980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현직 대통령이던 지미 카터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도 부정행위로 퇴학당했던 사실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감독관 없는 재택 온라인 시험
필연적으로 부정행위 유혹 키워
작은 점수 차를 다르게 평가하니
부정의 유혹에 빠지는건 아닐까
사정이 있어 시험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한번 실수한 것일 수 있으니 그냥 너그럽게 봐주면 어떨까? 그렇지만 부정행위로 적발된 학생들의 상당수가 이전에 부정행위를 한 전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한번 실수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더구나 잘못된 행동의 영향은 오래간다.
파파다키스 교수팀은 이들 235명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학교를 졸업했지만 의사가 된 후 징계받은 적이 없는 469명을 뽑아서 학부 성적, 의대 입학시험 점수, 유급 여부, 의대 성적, 의사시험 점수는 물론 각종 평가기술서와 학장 추천서 등을 세세히 검토하여 비교했다.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의사들의 의대 입학시험 점수가 다른 의사들보다 낮았고, 유급한 적도 더 많았지만, 가장 크게 차이가 난 것은 의대 재학 중의 행동이었다. 의대생 시절 부적절하게 행동했던 사람들의 비율이 징계 경력이 있는 의사들에서 세 배나 높았다. 특히 임상 실습에 무단으로 빠지거나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무려 여덟 배나 흔했다. 이렇게 간단한 연구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의학 학술지인 ‘뉴 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출판되었다는 것은 이 연구 결과의 함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부정행위는 그냥 웃어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아주 작은 점수 차이를 근거로 너무 다르게 평가하여 학생들을 부정행위의 유혹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보아야 한다. 시험 점수와 진짜 실력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임재준 서울대 의대 교수·의학교육실장